변한 건 없다.
어제인지 오늘인지 알 수 없는 아침, 스물아홉 살의 선화는 여전히 주문을 외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뒤척임 없이 자고 일어난 흔적으로 단정함을 확인한 선화는 핑크색 원피스 잠옷을 벗어 가지런히 개어 놓았다. 얼룩 하나 없는 하얀색 원피스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후 거울을 보며 주문을 외웠다. 달라진 거라곤 챠밍걸을 외치던 소녀가 '교양 있고 세련되며 매력적인' 우월한 여자로 진화했다는 것뿐이었다.
"위이이잉"
칼날의 날카로운 소리에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은 선화는 조심스레 주방으로 향했다.
"엄마, 좋은 아침!"
"공주도 좋은 아침! 오늘은 사과가 맛있길래 같이 갈아 넣었어."
믹서기를 씻던 지영은 고개를 돌려 식탁 위에 놓인 건강해 보이는 풀색의 주스를 가리켰다. 주스가 하얀 실내복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입에 넣은 선화는 지영의 둥글게 주저앉은 어깨를 꼭 껴안았다.
"어제보다 더 달콤한데? 역시 엄마표 주스로 아침을 시작해야 프레시하다니까."
"네 아빠는 쓰다고 대번에 뱉어 내더라. 애기도 아니고, 네 아빠 입맛 맞추기가 제일 어렵다니까."
"맛있기만 한데. 아빠도 나중에 고마워할 거야, 나처럼."
"그래, 그래. 역시 우리 공주가 최고야!"
한 번 더 지영의 어깨를 힘주어 안은 후 선화는 소리 내지 않고 유리컵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만족해하는 지영에게 윙크로 화답한 선화는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 그제야 소리를 내어 숨을 내뱉었다.
차분히 호흡을 가라앉힌 선화는 책장 깊숙이 꽂힌 고급스러운 버건디 가죽 커버의 다이어리를 꺼내어 가름줄이 놓인 페이지를 펼쳤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빨간색 펜은 체크 표시를 번짐 없이 반듯하게 그려 냈다.
* 엄마가 만족할 만한 아침 인사하기 v
선화는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일을 매우 중요시했다. 오랜 기간, 유명 인사들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답습하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습관은 우월한 무리의 비밀 모임에 들어가는 열쇠와 같은 것이다. 다이어리를 굳이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교양 넘치는 이 작업은 거울 앞에 선 그녀의 작위적인 미소를 편안히 보이게 했다.
부드럽게 다문 입술이 살짝 떨려 오자 선화는 그제야 입꼬리를 내렸다. 긴장이 풀린 혀 끝에서 초록색 잎의 조각이 느껴졌다.
'씨발, 아직도 쓰네.'
일그러진 표정의 여성은 거울 속 자신의 뺨에 오물을 뱉어냈다. 빼곡한 이의 틈새를 모두 훑어낸 선화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