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님입니다.

주객전도

by 깨진돌

"음마! 음마!"


어디가 아픈가?악몽을 꿨나? 뭐가 무서운지 눈을 질끈 감고 울어대는 아기는 코앞에 다가온 엄마도 알아보질 못한다. 오늘 밤도 '엄마'라는 한 단어에 담긴 수만 가지 이유 중 하나를 맞춰야 잠에 들 수 있다.


서른의 끝자락에 만나게 된 아기는 나이 많은 엄마를 곤란하게 했다. 이 나이에 남산만한 배를 부여잡고 밤새 생각났던 귤을 사러 가자니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뱃속의 아이가 공주라 그런지 자꾸 새콤한 게 당기는 걸 어찌하란 말인가.


열 달을 꼬박 붙어 있었던 아이는 그려왔던 것보다 더 예뻤다. 식구들이 오면 새로 난 앞니 두 개를 보이며 열심히 기어가 팔 한쪽을 품에 꼭 안고 작은 입을 맞추었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자 엉덩이를 씰룩대며 율동도 하고 유행가도 곧잘 따라 불렀다. 국민학교 운동회 날, 한복 입고 부채춤을 추던 모습은 또 얼마나 곱던지!


어깨를 두드리는 나를 보며 안마를 해준다고 다가와도 조막만한 손이 부서질까 시키지 못했다. 행여나 넘어질까 꾸역꾸역 한 손에 짐을 모아 들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닳을까 싶어 바라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웃다 울다 14년이 흘렀다.


이제는 넘어져도 쓰러져도 울지 않는 내 아가.


"아가야, 울어도 된단다. 엄마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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