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눕-언박싱
한겨레21 구독자의 이코노미조선 솔직 감상평
안녕하세요. 나와 세상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할 때, 세상 일을 친절히 정리해서 무려 '집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시사/경제 잡지 구독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특혜죠. 개인적으로 <한겨레21>을 오래 구독해온 저인데요, 오늘은 정반대 성향에 있는 <이코노미조선>을 언박싱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감상을 받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게 다 뭐냐면요, <이코노미조선>이라는 경제 잡지들입니다. 조선비즈 대학생 기자단이 되어 몇 달 전부터 배송받고 있죠.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이 친구를 언박싱해볼까 합니다. 8월 24일에 발간된 잡지인데요, '제로 성장 시대'를 커버 스토리로 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사진의 배경은 모두 제 방 침대의 이불입니다. 피곤에 절어있는 관계로 침대에 누워서(..) 언박싱을 하고 있습니다. 잡지는 침대에 기대 편하게 읽는 게 맛이죠!
커버스토리인 '제로성장시대'의 목차입니다. 관련 전문가들과의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세세하게 이슈를 다룹니다.
다음 페이지에도 목차 설명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이 뒤에도 한 페이지가 더 있다는 사실!
커버스토리까지 포함하면 무려 3장을 콘텐츠 목차 설명에만 할애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양 때문에 구독을 실망하실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커버스토리는 '제로 성장 시대' 담론에 대해 세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7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4월 예상치(3.6%)보다 낮은 3.2%로 내려 잡았습니다. 지난해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인데요. 2023년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떨어진 2.9%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같은 세계적 저성장 추세는 단기간에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심지어 훨씬 암울한 미래를 제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및 투자 분석 기관인 비주얼 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는 향후 5~10년 뒤 세계 경제는 제로(zero) 성장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미·중 갈등과 전쟁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코로나 훨씬 이전인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강 국면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195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던 것과는 대조적이죠. 낮은 경제 성장률이 전쟁이나 감염병 등 예상치 못한 악재(惡材)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흐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입니다.
즉, 기후위기와 에너지 고갈 등으로 '성장 자본주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내용인데요, 진보 언론이 다룰 법한 '탈성장 담론'에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보수언론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대목이라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이념성향에서 벗어나 시대를 직조하는 모습이네요.
그 뒤로도 '가치있는 일에 대한 관념 바꿔야', '성장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라' 같은 탈성장 전문가들의 인터뷰들이 이어집니다.
팀 잭슨 교수는 성장주의의 문제점 중 하나로 자원의 고갈을 제시합니다. "이것은 그간 과도한 성장주의에서 비롯된 결과물인데,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지구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마도 머잖아 글로벌 경제 성장은 결국 필연적으로 종착점에 도달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성장이 멈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이죠.
교수님은 자본주의가 결핍과 욕망을 부추겨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풍요는 독창성, 창의성, 관계를 발전시키는 능력, 가족, 친구, 건강한 환경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물질적인 풍요로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물질적 풍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건 어느 일정한 한계선까지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진정한 풍요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은 포스트 성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비전 중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저의 생각도 같습니다. 탈성장은 지향해야 할 가치이기 이전에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피크오일, 고령화로 인해 탈성장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잡았습니다.
상품의 지속불가능한 과잉생산과 그로 인한 과잉소비사회를 바꿔서 필요한만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만 되어도 기존의 불평등과 기후위기,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담론이 지배적이죠. '물질적 부'에서 '좋은 삶'으로, '경쟁'이 아닌 '사회적 공존과 협력'으로 사회를 전환시키지 않는다면 공멸의 길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선 '포토뉴스'라는 형식으로 브라질 대선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사회개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진보 성향의 룰라 후보와,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후보의 경쟁을 다룹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소식도 접할 수 있고요.
비지니스 이슈나 화제의 인물을 다룬 섹션도 존재합니다.
칼럼과 인터뷰도 접할 수 있고요. '이기는 게임'이 아닌 '멀리 보는 게임'을 해야. 주제와 관련된 인터뷰네요.
'노벨 프라이즈 위너'라는 섹션인데요. 여기는 좀 재미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이 없냐'는 질문에 '정치화된 주장, 관련 연구를 확인해보라'는 답변이 있었는데요. 밑 꼭지에 언급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질문 자체는 의도가 보였지만, 본지의 성향과 다른 연구라도 인용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네요.
여기는 뮤직 섹션입니다. 이밖에도 심리학, 돈, 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한 권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책 소개와 카툰으로 마무리되네요. 확실히 생각해볼 것이 많은, 유익한 잡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들 조선일보를 두고 '논조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글은 세련됐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확실히 저도 유려한 글 전개에 감탄하며 본 것 같습니다. 작문 연습을 하시는 분들도 구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 성향이 또렷히 보이는 글 꼭지와 인터뷰들도 배치되어 있었지만, 성향과 반대되는 인터뷰나 연구자료라도 배제하지 않고 인용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주제 선정도 흥미로웠고요.
가을입니다. 지금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계신가요? 지성의 계절을 맞아, 다양한 성향의 시사/경제지들도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바로 구독하기가 어려우시다면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해도 좋고요, 아무튼 10월이 가기 전에 독서와 산책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이만 글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