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봐야 하는 이유
저는 민주화가 될 거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학생들의 맨주먹으로 탱크와 총칼을 어떻게 이겨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못 이기는싸움이예요.
해야만 하니까.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면,
너무 못나보이잖아. 그냥 있으면.
(KBS '대화의 희열' 중, 유시민 작가)
나는 걷고 있었다 그날밤
살얼음이 깔린 압제의 거리를
기역 자로 꺽어진 엿장수 골목을 돌아
밤참으로도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하는 노동자들
카바이트 불빛의 포장마차를 지나
내 이름 아닌 아무개 이름을 불러도
혹시나 나를 세워 몸수색이나 하지 않을까
호루라기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죄 안 짓고 죄지은 양 괜시리 불안해지는 곳
그런 파출소 앞을 지나
환청이었을까 '어이 학생'하는 소리에
환각이었을까 목덜미에 닿을 것 같은 검은 손의 촉감에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발걸음이 빨라졌고
급기야는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나는 생각했다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칵 뒈져나 버려라 이 겁보야
(..)
그날밤 나는
나에게 맡겨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아 그날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하나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날밤을 회상하면, 김남주)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잊지 않는다면 대통령 자리에 앉은 어떤 남자의 어리석고 기괴한 행위가 너의 존엄을 해치지 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