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위 반응을 보며
누가 누구한테 반문명 운운하나
휠체어, 임산부, 어린이에게 양보해주기엔 '내가 너무 바쁜' 세상이다. 그 사람들의 이기성을 욕하는 것과 별개로, 커다란 비극을 보는 것 같다. 뭐 이렇게 다들 바쁘게 살아야 할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짜증나더라. 미국에선 50년 전에 해결된 장애인 이동권 문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들 중 혐오 선동을 지적하는 댓글만 골라서 차단한다. 그러면서 장애 혐오 발언은 방치한다. 저 오물같은 글들을 빤히 보면서 방치한다는 얘기다. 그의 생각이 저들과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건 그렇고, 왜 지하철 시위에 대한 반응이 이럴까 생각해본다. 안 그럴 법한 주변 사람들도 지하철 시위에는 부정적인 경우가 있다.
휠체어, 임산부, 어린이에게 양보해주기엔 '내가 너무 바쁜' 세상이다. 그 사람들의 이기성을 욕하는 것과 별개로, 커다란 비극을 보는 것 같다. 뭐 이렇게 다들 바쁘게 살아야 할까.
한국에서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처야 하는 사람들이 바쁜 것도 사실이다. 휠체어, 어린이, 임산부에겐 더 뜨거운 지옥인 것도 사실이다. 다같이 물에 빠져있다면, 모두에게 구명정을 던져줄 수 없을까. 그나마 있는 구명정도 빼앗는 게 '공정'은 아닐 텐데.
지배하기 위해선 피지배자들 사이에 싸움을 붙이라고 했다. 20대 남성을 파고든 이준석의 교리는 '니 삶이 힘든 건 다 페미니즘 탓이야'였다. 트럼프의 교리인 '니 삶이 힘든 건 다 유색인종 탓이야'와 비슷하다. 거짓말이다. 우리 청년들의 삶이 힘든 건 페미니즘이 아니라 비싼 학비, 낮은 임금, 긴 근로시간 탓이다. 국가의 강제 징병제, 높은 집값, 불안한 노후, 치열한 경쟁 탓이다. 우리 삶이 불행한 이유를 외부에서 찾자면,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준석의 주장대로, 페미니즘을 제거한다고 학비가 낮아지고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노후가 안전해지나? 당연히 아니다. 애초에 그건 문제의 본질이 아니였으니, 문제가 해결될리도 없다. 문제의 본질이 은폐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인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에는 늘 반대해온 국민의 힘 아닌가. 게다가 남의 사상을 어떻게 제거하겠다는 것일까. 다 잡아가게? 멸공을 외치던 당신,, 혹시 공산당?!
앞에선 페미니즘과 장애인을 욕하며 시선을 돌린다.
뒤에선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며 서민 복지 예산을 축소한다.
트럼프와 이준석 등의 전략을 살펴보자. 장애인, 소수자, 어린이, 이주민.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만든다. 피지배자들 사이에 싸움을 붙이고, 그 틈에 진짜 사회 문제는 은폐한다. 그게 21세기 보수의 전략이다.
우익 포퓰리즘은 늘 이런 식이다. '취업이 안 되니 유색인종들을 추방하자'고 했고, 노동시장에서 부조리한 착취를 당하는 이들에게 '노조를 공격하라'고 선동했다. 이제 청년들은 실업난과 극한경쟁에 시달리면서도 구조를 비판하는 대신 소수자의 머리채를 잡을 것이다. 자본에게 착취를 당하면서도 자본이 아닌 노조, 여성, 외국인, 장애인을 원망할 것이다. '지배자들의 유토피아'가 우리를 기다린다.
유튜버 크로커다일의 글이다. 평소 그의 주장에 전부 동의하지 않음을 밝힌다. 표현이 거친 부분은 블러 처리했다. 하지만 생각해볼 지점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
장애인들이 20년 째 이어오는 시위는, 어쩌면 우리를 위한 보험일지 모른다. 전체 장애인의 10명 중 9명은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긴 이들이다. 그냥 살다보니 교통사고가 나고 암에 걸리고 마비가 와서 장애인이 된 것이다. 10명 중 6명은 20대에서 50대 사이에, 그러니까 한창 일할 나이에 장애가 생겼다. 그러니 우리 역시 오늘 퇴근길에 장애인이 된대도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휠체어가 이동하기 좋은 도시는 유모차가, 노인이, 아이가 이동하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이동을 해야 근무시간에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장을 보고 학교에 갈 것 아닌가. 다들 언젠간 늙고 장애가 생기고 가난해질 운명이다. 우리끼리 머리채 잡고 싸우지 말자.
장애인들은 그저 '지하철에 타고 내리기'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그리 출근에 지체가 생겼을까. 그 이유를 한 번만 생각해달라. 당신이 하루 동안 늦어진 출근길이, 누군가에겐 매일 반복됐음을 생각해달라. 당신은 비장애인이 아니라 잠재적 장애인임을, 우린 모두 늙고 약해질 운명임을 한 번만 생각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