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흐린 걸 구름, 바람 탓 하지.
하늘에 잿바람 든 듯, 한 없이 흐리기만 합니다. 게으른 바람이 구름을 거둬 가질 않는 건지, 때 아쉬워
구름이 떠나질 않는 건지. 불그스름한 햇살 좀 볼라니 제들 몸집만 부풀리더라구요.
땅 보며 한숨을 푹 쉬는 게 질려 고개 들고 푸른색 좀 보고 싶었는데. 어째 하늘도 내 속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색으로 도배되어 있군요. 그럼 저 구름 지나면 내 맘 구름도 개어질까. 저 하늘 해 나오면 내 맘에도 볕이
쫴질까. 아무 의미도, 아무 영향도 없을 생각만 하며 또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어찌 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보자면, 날씨가 맑든, 흐리던 내게 있는 근심과 걱정,
아픔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아, 전 기상청에서 일하지 않으니까 말이죠. 난 걱정 가득한데, 해가 내리는
날이면 '참, 제 속은 다 배려놓고 그렇게 밝게 웃으시네요.' 하며 속으로 하늘을 원망할 때도 있으니까요.
근데 또 흐리면 흐린 대로 원망할 수도 있지요. 이렇게 보니 참 이기적인 것 같네요. 하늘은 제 품에서 그냥
흘러가는데 멋대로 의미부여를 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또 원망도 해버리니. 억울할 수도 있겠군요.
사람으로 태어나기에 가장 축복인 것 중 하나는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회를 구성하고 자의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며,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것. 모두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본능에만 충실하게 따라 사는 것이 아닌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
우린 모두 사람이지만 동시에 모두 다른 사람이니까요. 그렇기에 생각과 행동의 자유 또한 빛나는 것이지요.
흐린 날씨와 눈부신 해를 탓할지 아님 따뜻한 햇빛에게 받은 위로를, 흐린 구름에게 담긴 공감을 느낄지 또한
각자의 선택입니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있다고 해도 하나는 아니랍니다.
약간 모순적이게도 전 운명란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말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운명과 인연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만나는 인연만 운명이 아닙니다.
만나지 못할 인연도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모든 만남은 우선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날
그 시간, 그곳에 갔기에, 그 일을 했기에, 우연이 생긴 거고 그게 인연이 닿아 멀리서 봤을 때 운명이라고
불리는 것이죠. 만날 운명이란 그런 것인 거죠. 그럼 만나지 못할 운명은? 여기서 앞에 말한 모순이
발생합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정말 신이 반대하는가? 난 절대로 걸 수 없는 고리인 건가?
생각이 드는 인연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상황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기를 쓰며 이어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거란 걸 스스로 체감하게 됩니다. 제 아무리 그쪽에 붉은 실을 걸어대도 자꾸 풀리고 잘리는 걸.
절망적일 겁니다. '난 진짜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왜 계속 끊어지는 거야.' 속상한 마음에 울고,
우울해지고, 마치 구름 낀 하늘처럼 마음이 흐려지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 기분을 완벽하게 적응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얼음이 차갑고, 불이 뜨겁듯. 그 마음이
흐린 색을 가진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우린 스스로 마음먹고 움직일 수 있는 아름다운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결국 흐려진 내 맘을 온전히 개어줄 수 있는 건, 스스로 가진 햇빛뿐이란 거.
아무리 옆 동네 달를 빌려오고, 불을 비춰대도. 온전하게 이 구름을 다 재껴줄껀 제 자신만 가지고 있을
따뜻함이란 거. 구름에 속아 들어 해를 잃어버리지 말았음 합니다. 잠시 쉬는 것이지 꺼져버린 게 아니니까요.
분명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예쁜 일출을 만들어 줄 거예요.
2025.05.23
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