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뜯어 낸 날갯자락

어떤 아픔이 찾아와도 그 곁에 네가 있다면

by 담설

까마귀를 사랑하던 한 소녀가 있었어. 그 아이의 등엔 복슬거리는, 마치 백조를 연상케 하는 하얀

날개축을 가지고 있었지. 고운 손엔 작은 하프가, 걸친 옷 비단은 보드라운 융털을 고아 만든 듯

찬찬히 반짝였어. 그 아이의 곁엔 언제나 금빛이 감도는 듯한 향기가 났어. 신이 아이를 만들어낼 때

얼마나 부드럽게 미소 지었던지 몰라.


그 아이가 가만히 쪼그라 앉아 빤히 쳐다보다가 조심조심 다가가기 시작했어. 자그마한 두 손으로 와락,

앉아있던 까마귀를 안아 들었네. 그러자 까마귀는 한축 남짓 너머로 푸드득 날아가. 그러나 도망가진 않네.

제가 싫었음 무쇠 같은 부리로 쭉쭉 찌르고 저만치 날아가 버릴게. 고작 한축 떨어지곤 동그란 눈망울

초롱이며 열심히 그 아일 살펴보고 있어.


소녀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까마귀에게 물어. "내가 싫은 거야?". 그 말이 끝날세라 세차게

새까만 부리를 양쪽으로 흔드네. 그러자 소녀는 더욱 아리송한 표정이 되더니 이내 표정을 구기곤

울먹이며 말해. "거짓말. 그럼 왜 날 안아주지 않아?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맨날 그만치에서. 비웃는 거지.

내 진심을 보며 우스워하는 거지?". 울상이 번진 그 아이의 얼굴은 너무나도 아팠다. 붉게 커진 눈망울에서

도르르, 맺힌 눈물이 흘러내려. 지켜볼 그 누구라도 마음 아프게 만들 모습이었다.


멍하니 소녀를 올려다본다. 항상 총명하게 반짝이던 까마귀의 눈에 자그마한 떨림이 이른다. 당황스러운

눈을 숨기려 시선을 내리곤 작게 숨을 한번 내뱉네. 이내 무거워진 부리를 어렵게 떼며 말을 꺼낸다.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도대체 누가 네 마음을 우습게 볼 수 있겠나.". 살짝 떨리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또렷하고 무게가 담겨있었다. 절대로 가벼운 장난기가 서려있지 않았어. "그냥 네 곁에

있기엔 내 깃이 너무 어두워서. 네게 그림자가 들까 봐...". 그 말을 끝으로 소릴 흐린 뒤 고개를

완전히 숙였다.


슬픔으로 구겨졌던 소녀의 얼굴이 아스라이 펴지고 심장소린 점점 커져가. 늘 한축 떨어져 있던 둘의

거리는 이제 반축, 그 반축 남짓 서있네.



수필 - 2025. 어느 가을날

옮김 -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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