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색 비 내리면

부들 꺾이지 않는 네 아름다움이

by 담설

이번 벚꽃은 짧을 거래. 오래 지내지 못할 거래. 3일 후면 모두 져버릴 거라.

올봄, 만개한 꽃들에게 더러 하던 말들. 그리도 모진 봄인가 이번엔.

1년에 딱 한번 개화하는 싹들에겐 참으로 가혹하구나.

보슬보슬 피어난 생명이 꽃샘추위, 비바람 견딜 수 있으랴.


이들이 만개한 밤 그 나무 아래를 걸어가며 빌었다. 부디 너무 많이 떨진 말아 달라고.

이 시리고 깜깜한 밤, 아무도 모르게 추락하지 말기를. 천둥번개 들이치고 비바람 소리치는

밤 12시. 창엔 검은 칠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번쩍거리는 섬광, 찢어지는 벼락 소리 그뿐.

그저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샛잎들이 너무 무서워하지 말았으면 하고.


이른 아침, 폭풍 후 거친 새벽이슬 잎마다 몽글몽글 맺혀있다. 참새 찌르르 울며 날아가고

꾀꼬리 바람 따라 노래 부르네. 뿌옇게 내리는 햇살 손으로 가리며 올려다본다.

억새 꽃잎들이 모두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물을 받아 생기가 돋궈졌다. 연분홍빛 사이사이로

빛이 반사해 반짝인다. 마치 대낮에 별이 뜬 듯, 제들은 한없이 반짝인다. 걱정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듯 녹아내렸다. 그 꽃들 아래 찬란히.


연약한 꽃잎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무섭고 드센 비바람은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지레 겁을 먹고 걱정을 앞세우기엔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이 슬 흩날린다.

연분홍빛 비가 내리며 코끝을 간지럽힌다. 너흰 떨어질 때 마저 이리 아름답구나. 아스라이 퍼지는

꽃잎 너머로 흐릿하고 밝은 빛이 내리 쫴네.



수필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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