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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세월의 뒤안길 -추억 소환 8

by 조영미


기다림의 시간을 베고 누워있는 백사장

하늘은 은빛 구름의 날개 퍼덕이며 내려와

긴 입맞춤 한다


우리들의 시간이

물과 함께 휘돌아가니

정제된 영혼

산기슭의 바위가 되고

사운 거리는 물풀이 되고

초록빛 산 그림자가 되어

은밀한 꿈을 꾼다.

우리가 선택한 삶의 떨림은

여기 멈추지 않은 흐름이 되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물결 위에서

침묵의 언어로 승천하리라

산 위

한 마리 새가 되고 싶은 정자는

빈 둥지 남겨두고 밤을 기다리니

만월의 꿈을 꾸는 상현달이 걸음을 재촉하고

삶의 고독감도

황홀한 환희도

세월의 뒤켠에 접어둘 수 있기에

뭇 새의 발자국 따라

푸른 잎맥의 가슴 위에서

멈추지 않는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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