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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21

by 조영미

산수유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작은 솔숲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하얀 집이 있었네

네 잎 클로버 꽃반지 만들어
고사리 손에 끼워주고
풀꽃 목걸이 목에 걸어주며
환한 웃음 짓던 바위 옆에
조그마한 창문이 보이던 그 집

새 울음소리 들리는 이른 아침
문을 열고 나서면
황홀한 무지개가 보인다던
뚜벅뚜벅 바람을 밟고 걸어오는 소리

제일 먼저 창문을 열면
가슴팍으로 머뭇거리며 다가오는
순결한 목련 잎의 싱그러움

새하얀 구름이
카레 프랜드 향기 타고
푸른 바람 몰고 오는

언뜻언뜻
들리지 않는 음의 선율이 흐르고
보이지 않는 영상이 지나가며
꿈에서나 가보는 그 집

오늘도
짙푸른 수목 사이 얼굴을 묻고
은빛 떨림이 내리는 하늘에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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