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23

by 조영미


엷은 치마폭 풀어헤쳐
설움 토해내는 물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가련히 불 밝히고
우두커니 서 있는 우리들의 쉼터

막차는 휑하니
굽이 굽이 산길을 돌아가고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그네 발아래
서러운 하현 달빛이 서성인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싸구려 유행 가사처럼
낯선 주막에 둘러앉아
술잔 기울이며
떠도는 우리들의 영혼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세월
저 하늘
무수히 떠 있는 별처럼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어

오늘도 차가운 하늘을 마시며
뜨거운 손길 옆에 내가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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