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22
내 마음 가을이 되어
그대 앞에 제일 먼저 다가가 꽃이 되어 섰는데
나보다 먼저 와 웃음 짓는 저 가을
내 텅 빈 뜰 안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살거리면
창을 열어 놓았습니다.
물빛 안고 흐르는 구름이
가슴 후미진 곳을 빗금 치며 흐르고
가을의 제왕처럼 황금 깃털을 흔들며
언덕배기 노을 앞에 선 갈대
애잔한 세월 수없이 피고 지는 구절초
날 보듬어 안고 떠도는 이 가을의 손길
설레는 가슴 어이 또 감당할까?
입 안 가득 화안 가을의 숨결 어찌할거나
푸른 숲이 일렁이며
봄날 내내 앓은 열병으로
곱게 물든 원죄 하나
단풍으로 걸어 놓았습니다.
하얀 구름이 술렁이며
여름날 뜨거운 신열
그리움으로 타오르던 별 하나
들꽃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무거운 마음 검푸른 강물에 잠재우고
굳게 닫으려는 문 활짝 열어
내 마음 가을이 되어
코스모스 꽃 핀 길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