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53
만물이 생동하듯
내 마음 가득 부풀어오르는 것은
그 무엇이뇨
물소리에 귀가 먹고
푸른 바람에 눈이 멀고
꽃향기에 취하니
우리들의 만남도 비 소리에 젖어
세월의 연줄 달고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두라둥실 살아보세나
감나무 잎 끝에서
기운차게 뻗어 나오는 신록은
속속들이 깊어질
우리 사랑의 원숙함이며
희망을 느끼고
꿈을 간직하고
삶의 열정을 뿜어내는
우리 미래의 초록빛 등불
아!
오늘도 후미진 가슴을 빗금치며 내리는
비 사이로 초록의 가슴이 설렌
한 밤을 유영하는 별들과 함께
꽃물결 이는 호수와 함께
숲 속을 헤집고 다니는 초록 바람과 함께
그대 다정한 눈빛과 함께
그렇게 내 마음 송두리채 빼앗겨 허우적 거릴 때
때로 나를 행복하게도 해 주었고
때론 외롭게도 해 주었고
때론 선글퍼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아 그립다!
초록 커텐으로 둘러싸인 산마루에
산벛꽃이 자지러지게 웃음지며 흩날리고
내 사랑의 혈액도 흐르다
멈춰버린 심장을 자맥질 하는 소리에
봄 산은 산꽃은
내 사랑의 신열로 앓아 누으리
잔설이 녹아 묵직한 그대 산 몸둥아리 위로
그리움의 봄 향기로 오선을 그리고
설레임의 빛으로 심금을 울렸어요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산천에 어질거리며 터지는 꽃망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