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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21. 2022

당신은 약간의 용기를 얻고

네가 나야

  - <거울 속의 앨리스> 발튀스. 파리. 퐁피두센터(근현대미술관)     


거울 속의 엘리스는 불안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보기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

성기와 가슴이 드러난 아이의 빈 눈동자

시선도 없이 모든 것을 본다

난 네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

나는 네 안에 있어 네가 나야 

내가 롤리타야 ‘은교’라고도 하지.

자신의 환상세계를 통하여  

현실이라는 불멸의 환상을 건드리는 발튀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되 감추면서 드러낸다      


금지와 금기의 울타리에 구멍 하나 

무의식을 건드려 고정관념을 부순다 

타자의 욕망을 통해 나를 엿보게 한다

일시적 해방과 제한된 자유로 밀어붙인 다음 

자발적 금지로 이끌리도록 유혹한다     

즐기는 줄 알면서 즐겨라, 승화를 요구한다

미술관은 흔들고 봉합하는 치유의 장소 

한 발 옮겨 달라지도록 느닷없이 흔든다 

이미 이전의 네가 아니라고 속삭인다

네 안의 조각을 모아 완성하라고 꼬드긴다* 


네가 살고 싶었던 세상에 살고 있냐고 

너는 어떤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가 묻는다

감동이나 놀람이라는 이름으로 찌른다 

잘 살펴보라, 미술관을 다녀온 날

찔렸거나 방어한 자국들이 

성흔처럼 남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 덕분에

당신은 약간의 용기를 얻고 조금 더 힘차게

아주 조금 더 아름답게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줄어들고 조각나버린, 자신이 사랑했던 대상을 다시 하나로 모은다는 점에서 승화는 매우 중요하다. 산산조각난 채로 대상은 완벽하지만 그렇게 축소되고 조각난 상태를 취소하여 아름답고 완전하게 하려는 노력이 승화다. (Melanie klein 『Love, Guilt, and Reparation』 VINTAGE U.K. Random House. 270p)     


<거울 속의 앨리스> 발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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