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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22. 2022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

끔찍이도 통쾌한 놀이

  - <삼면화> 프랜시스 베이컨. 파리 퐁피두센터

  - <그림 Painting> 프랜시스 베이컨. 뉴욕 현대미술관

  - 조지 다이어를 그린 초상화들. 개인소장     


베이컨의 살들은 튀어나오고 뭉개진다

안에서 밖으로, 머물러야 할 것이 이동한다

점령하듯 재배치되는 모호한 경계

부분들은 따로 움직이며 비거나 덧붙는다  

고정되지 않는 ‘신체 없는 기관’들

자리를 찾지 못해 미끄러지는 말과 감각들 

더러움과 모호성은 불안을 건드리고 

개별적 공포의 대상을 소환한다      


살의 깊이를 가지고 반복되는 찌름과 외침 

동물성으로 재조립되는 살들의 거리는 멀다 

금지된 장난을 실행하는 통렬한 쾌감

통증을 물질성으로 감각하게 휘젓는 충동 

그것은 멈춤이 없다 끝까지 간다 

죽어도 살아있고 죽었어도 지속된다* 


잔인한 놀이는 끔찍이도 통쾌하다 

예측불가 통제불가한 것, 의미체계에 

포획되지 않는 충동이 있어 우리가

인간일 수 있음을, 그것이 있어 

자유조차 가능할 것임을 서서히 

천천히, 알아챈다     


경계를 허물고 해체시키지만 조심스럽다 

예술이라는 옷을 입혔음은 이미 망설임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 발생한다 

타자의 고통을 내것으로 인정하는 인간

이웃의 괴물성을 내 안에서 발견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면 

단지 생각할 수 없음에 처해진 고깃덩이일 뿐이라면

그거야말로 진짜 괴물이고 끔찍함이라고 주장한다     


미세한 떨림 속에 가만히 발을 옮기는 우리

무수한 나비들의 날갯짓, 퍼지는 진동

이미 감염되어 서로를 변화시키는 우리

매혹당한 그 누군가는 더 멀리 갈 것이다 

예수의 제자들만큼 마법 같은 홀림은 아닐지라도  

누군가는 자신의 생을 전환시킬 터

그 생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 고기에 대한 연민! 고기는 의심의 여지없이 베이컨의 가장 높은 연민의 대상, 영국인이며 아일랜드인인 그의 유일한 연민의 대상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수틴이 유태인에 대한 무한한 연민을 가진 것과 같다. 고기는 죽은 살이 아니라 살아있는 살의 모든 고통과 색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는 발작적인 고통, 상처받기 쉬운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창의력이 있고 색과 곡예가 있다. 베이컨은 ‘짐승에 대한 연민’이라고 하지 않고 차라리 ‘고통받는 모든 인간은 고기다.’라고 말한다. 고기는 인간과 동물의 공통 영역이고 그들 사이를 구분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질 들뢰즈 『감각의 논리』 하태환옮김. 민음사. 34ㅉ)     


                                                                                                                                          

* 미드 <워킹 데드>는 죽지 않는 인간이자 죽여도 죽지 않는 충동을 질기고 강렬하게 보여준다. 


<삼면화> 프랜시스 베이컨. 파리 퐁피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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