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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23. 2022

용기, 쫓아오는 공포에 올라타고

삶, 고통 위에 놓인 장미 다발

  -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10세에 관한 연구> 프랜시스 베이컨. 

                                                               미국 아이오와 데모인아트센터

  - <십자가 아래 인물들을 위한 세 습작> 프랜시스 베이컨.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

  - <십자가형 Crucifixion영국 테이트리버풀미술관  

   

타악기처럼 터지는 재채기

참으로 시원하시겠습니다 

상징계의 상징이 폭발한다

수천 년 억압구조에 대한 자백이자 

정당한 테러, 너무나 시원하다 

몹시도 두렵지만  

소산되는 불안, 자리잡는 안도감 

긴장 제로, 요구되는 형상도 폼도 없다 

무시무시하게 통쾌한 위반


그리하여 나 

겁쟁이는 가늠해 본다 

기표에 붙박인 인간-동물의 자리 너머

모방과 적응을 넘어 어떤 삶이 가능할지

광기와 공포도 생명의 주장이며 동력이라면

그걸 어떻게 열정과 용기로 사용할 수 있을지      


타고나는 것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용기

자신의 간절한 요청에 따른 자기 응답으로만 가능한 것

두려움 속에 거듭 부를 때만 이미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

쫓아오는 공포에 올라타고 함께 가는 거다


참고 견디는 삶, 고통 위에 놓인 장미 다발 

뭔가를 살리고 지키느라 뭔가는 죽었을 터

마침내 터지는 영혼의 재채기는 작은 발작 

가면-자아는 뜯기고 신성을 통과한 인간이 된다 

새로운 몸을 입고 스스로 숨을 쉰다    

 

다시 세우되 다르기 위해 무너뜨려야 한다 

깊고 강렬한 인고의 상징이자 장소

고통받는 인간-신 예수의 쓸모 있음이다 

부활-사건의 의미다

아하 

무너지는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선다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10세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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