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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25. 2022

충분한 만족, 흔들림은 끝났다

번개처럼 가능성을 드러내는 순간

    호크니 특별전퐁피두센터파리  

    - <개로바이 언덕Garrowby Hill> 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소장

    - <그랜드 캐년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소장

    - <태평양 해안도로와 산타모니카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소장     


굽이치는 언덕길은 깊고도 짙었다

저런 곡선으로 길을 접어 눕힐 수도 있구나!

아니, 나도 할 수 있겠다 힌트만 주면 

굵은 줄을 긋되 몹시 휘게 했을 뿐이잖아 

병치하기 쉽지 않은 색들을 마구 칠했을 뿐이야 

색의 배반과 유희는 이미 많은 선배들이 해 냈잖아 

놀라움에 뜬금없는 심통을 부려봤자

눈앞에서 도약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어렵다 

서로 다투며 회오리치는 색채의 대비

오두방정 춤추는 기쁨에 풍덩 고마워요, 호크니     


또렷한 속도감으로 밀려 오가며 

아코디언 주름처럼 연주되는 길들

모든 사람이 봤으나 발견한 사람은 호크니뿐 

그것을 색으로 불러 앉힌 것도 호크니뿐

현대성을 입고 뛰쳐나온 원시성  

그의 화폭을 통과한 뜨거운 핏빛 흙의 몸들

모든 가능성을 번개처럼 훤히 드러내는 순간

깨닫기도 전에 놓치고 말지라도   

감각을 뒤집어엎은 자극, 정렬되는 감정들

충분한 배설-만족, 흔들림은 끝났다     

      

보기를 멈출 수 없는 유혹 a의 낚임

담아둘 눈도 가슴도 없는데 

들이키고 싶은 갈증이 넘치던 그의 화폭   

오래 전에 여기저기 때리며 지나간 호크니

강렬함에 맛들여 자꾸 얻어맞고 싶었다


시각적 충동의 극은 응시다 

부모에게 보여지기를 원하는 탄생초기의 유아  

보려는 욕망은 자신을 응시의 대상으로 놓는다     

가격당한 장소를 기억해야 한다  

열린 문짝에 얼른 쐐기를 박고 

칼 든 손목에 힘을 주어야 한다


색에 끼어버릴 듯, 색깔 더미에 파묻힐 듯  

나를 응시하는 그 완벽했던 사랑이 

떨어져 구른다, 깨지는 소리를 듣는다 

그의 젖을 충분히 먹은 덕분, 고마워요 데이비드     


●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가장 중요하고 적절한 기본적인 상호작용은 대체로 시각적인 영역에 놓여있다. 아이가 신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은 어머니의 눈빛 안에 담긴 반짝거림에 의해 반사 투영된다. ~ 더욱이 아이의 자기애적 욕구가 표현되는 다른 영역(예컨대 원초적인 입과 촉각)에서 상호작용이 실패한 경우, 시각적 영역은 더욱 강력한 리비도가 집중됨으로 해서 과도한 부담을 안게 된다. (하인즈 코헛 『자기의 분석』 이재훈역. 한국심리치료연구소. 127ㅉ)     


<개로바이 언덕Garrowby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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