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사는 거다
- <해돋이-인상> 에두아르 모네. 마르모탕모네미술관
- <임종하는 까미유> 에두아르 모네. 오르세미술관
- <석양> 빅토르 기유. 오르세미술관
인상파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해돋이-인상>, 단순하고도 대단한 시작
일시에 잡아챈 인상의 날카로움과 거칢
찍히듯 계속 기록되는 어떤 울림
해돋이라는 말의 본질이거나 구체적 내용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드러날 수 있는 거라면
모네는 성공했다, 성공한 순간이다
임종하는 까미유도 성공이다
모네가 사랑한 아내 까미유,의 죽음
화폭에는 까미유보다 명백한 죽음이 있다
모네의 기억과 몸을 통과하여 삶을 벗어낸 죽음
삶을 뺀 죽음의 체취가 종소리처럼 퍼진다
삶과 죽음이 일치되는 죽음-인상
강렬하게 찌르고 뿌옇게 흩어지는 눈먼 시간
낮과 밤이 겹치는 석양-인상과 함께
굳세고도 무력하여 무서운 시간이다
혼돈 속에 나를 품는 개와 늑대의 시간
낮도 밤도 아니고 삶도 죽음도 아닌
가능성이자 불가능성의 미친 시간
또 다른 자신을 낳는 시간을 낚는 아찔!한 때
참 엄청난 인상들을 찍고 미술관을 나온다. 가슴으로 벅찬 바람이 밀려든다. 미술관 앞은 잔치판이다. 연주와 춤이 벌어지고 계단에 퍼질러 앉은 사람들은 노래하며 손뼉을 친다. 구경꾼 나도 춤시늉을 한다. 한 여인네를 일으켜 함께 춤을 춘다. 나는 내가 하는 짓을 알지 못한다. 실실 웃으며 인사하고 살랑살랑 걸어 지하철을 타니 젊은 여성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오호, 내 생애 처음인데 외국에서 경험하는구나, 메흐시~
앉아서 메일을 읽다가 불현듯 역이름을 확인한다
일곱 개 중 겨우 두 정거장 지났는데...
나는 불안 덩어리, 끊임없이 뭉쳤다 흩어지는
불안 입자들이 종종 만들어내는 어떤 형상일 뿐
모든 폼이 허물어진 그림자-나를 불안이 받쳐준다
내 말이 작동하지 않는 낯선 장소
모든 의미가 제거된 나-nobody의 말은
몸밖에 없다, 그 몸의 이름은 불안
불쑥 뚫고 나오는 무의식과 마주한다
수시로 열리는 틈, 무의식이 낸 구멍에서 당황한다
a를 마주쳐도 나는 모르고 남이 본다
불안은 내 동력, 그것 없이 나는 흐를 수 없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자신과 싸우고 현실에 휩쓸리며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오오, 낱낱 위대한 전사들, 인간들이여
알 수 없으나 알고 싶은 무수한 세계들
무궁무진한 부름들 호소들 유혹이자 매혹, 삶-인상
인터넷을 뒤지며 런던행 정보를 찾는다. 오베르에 가려다 가지 못하고 네 시간 동안 역 사이를 헤맸다는 블로그 사연을 하나 읽는다. 수많은 이모티콘으로 도배한 웃음과 땀 위에 주인장의 깊은 두려움이 읽힌다. 사람 하나, 한 세계에 공감하는 또 하나의 삶-인상.
다들 괜찮은 척하며 사는 거다...
두려움 속에 어찌어찌 발을 떼는 거다
이왕이면 더 좀 원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없는 용기를 짜내는 게 용기지, 그래서 멋진 거야
불안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열정을 낳고
열정은 용기를 낳는 거지
아주 작은 것을 키우는 거지, 덜덜
떨면서 말이야 그래서 밥을 먹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