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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X

스스로를 높인 자

by 박경이

- <마담X> 존 싱어 서전트.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


오늘, 존 서전트의 초상화들도 강렬함을 잃었다

서운하다... <마담X>도 다시 본다면 그럴까...

2010년, <마담X> 앞에서 받은 충격은 대단했으니

뭔가 가졌다고 가정되는 사람의

오롯한 세계 하나

부정할 수 없는 껍데기인 동시에

그것을 가능케 하는 알맹이를 분명히 보았었다


망설임없이 인정해줌으로써 오히려

나를 들어올리는 빛을 보았었다

미워할 수 없는 도도함

스스로를 높인 자의 턱에서 반사되는

유리 같은 힘을 보았다

당당히 물신을 섬기는 자가 되어 보았더랬다


이제 X는 얼마든지 달라져도 좋다

제임스 휘슬러의 <프렌시스 리렌드 부인>과

앵그르의 <오송뷰 백작부인>은 뉴욕 프릭컬렉션의 마담X

조르쥬 클라랭의 <사라 베른하르트의 초상>은

오르세의 마담X


궁극의 마담X는 보나르의 ‘흰 고양이’

환상제국의 영원자, 아찔한 홀림

설명불가의 이유로 단독성을 사취하는 매혹

그것의 다른 이름은 a

유일하게 영원한 것

자아라는 껍질을 입은 존재자의 숨은 이름

스스로를 높이는 자,를 들어올리는 빛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마담X

X에 들어갈 말을 쓰시오

<마담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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