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징, 해, 지, 는, 뇌...
이리 따갑고 매서운 것이었나, 바람 칼바람
살리는 동시에 죽이는, 매정하고 다정한 그것
이리도 당당한 게 겨울이었던가
엄동설한 북풍한설이라 했지
수평으로 흐르듯 휘몰아치는 함박눈보라
새하얗게 살아있는 겨울
그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와 딱 마주친다
제 가슴을 치며 자꾸 말을 거는 바람
코와 귀를 문지르고 입 맞추며 파고드는 눈발들
찬란한 바람 하 하 하 아 아 아
두 팔을 벌리고 실실 웃으며 흔들흔들 걷는다
쌓이는 눈보라 속에 움츠리며 더 단단해지는 나무들
모자를 벗고 새로운 발자국을 내며 간다
육각형으로 반짝이며 부서지는 작은 우주들
발바닥이 짜릿 힘이 오르며 나도 나무가 된다
시퍼런 하늘 노란 햇살을 향해 새 가지를 뻗는다
열리는 숨길 파랗게 솟는 힘줄
콧속 동굴로 번지는 박동, 공명
명징, 해, 지, 는, 뇌...
거듭 열리며 확장되는 세계의 몸통
모든 말들이 내려앉는 순백의 종잇장 위에
혈맥을 타고 꺄르르 미끄러지는 기쁨
이토록 아름다운 겨울이 있었던가
순백으로 찬란히 살아있는 겨울
깊은 호흡으로 충분히 존재했던 몇 날
화·수·목·금 그리고 토, 오늘
이제
봄이 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