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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Nov 03. 2022

이태원!

길이 있어야 하는데

아이고, 어쩌나...

저걸 어떻게 이겨내나... 

어떻게 이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는 못한다. 남은 가족과 친구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통과해야 할’ 힘든 시간들이 참으로 아프다. 더욱이나 내 어린 날들의 외상을 거의 온전히 되새기면서 글로 쓰기를 끝낸 날에 그 소식을 접했으므로 더 무겁다. 그것들로부터 빠져나왔다고 자기선언한 날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더 예사롭지 않다. 뉴욕 여행 중에 할로윈 행렬을 구경하다가 가볍게 넘어진 일이 있었으므로 더욱... 


남의 명절에 뭐 그렇게,라고 말하지 말아요, 우리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며 사는 게 삶인 걸요

국가애도기간, 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적어지는 거 우리 알잖아요

애도해야 할 때에 웃고 떠든다고 눈 흘기지 않기로 해요 

자기 일에 몰두하다보면 잊기도 하는 것, 모두가 슬퍼할 수만은 없으니까요


웃음의 씨앗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픔으로 만드는 웃음이라고 믿을래요

그것이 길을 낸다면 슬픔에 빠져도 숨 쉴 수 있을 거여요

웃음이 낸 길을 따라 빠져나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테지요

퐁 퐁 슬픔에게서 피어오르는 꽃 같은 이야기들을

우리는 마침내 나눌 테니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겨낼지 가슴이 무겁다. 어찌 이렇게 갈 수 있는가... 그렇게 활짝 웃으며 다녀온다더니 돌아오지 못하는가, 어떻게 이런 일이... 어찌 그렇게나 뚝... 이해되지 않는 상황과 현실. 해석을 해야 하는데, 의미를 들러 붙이고 고통에서 빠져나올 길이 있어야 하는데... 길을 내야 하는데...

있고말고! 내고 말고!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생각하며 더 마음이 무거울 터이다. 이처럼 발생하는 큰일들은 사회구성원들 각자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언행과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개인생활을 조금 축소하거나 미루면서 자리를 바꾸어 보며 성찰하도록 돕는다. 좋고 나쁨을 떠나 나에게 속하는 솔직한 생각과 느낌과 감정들을 맞닥뜨리며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를 준다. 각자 조용히 답을 찾으면서 다시 한 걸음 나가는 거라고 믿는다.  이렇게 나는 나를 위로하고 있다. 내가 힘을 내면 누군가 아주 조금 덜 아플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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