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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Nov 28. 2022

우리가 다시 태어날 밤

비상飛上을 예언하는 소용돌이 따라

 - <씨 뿌리는 사람> 빈센트 반 고호. 암스테르담 반고호미술관

 -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호. 오르세미술관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호. 뉴욕 근현대미술관          


오르세, 이 아름다운 

기차역에 들어서면 모든 게 사라진다 

사로잡힌 그림들이 일제히 나를 부르고

간절했던 삶들은 여전히 빛나며 열린다 

내 모든 시간을 달리고 있는 그리움의 집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 특별전이 기다리고 있다

거침없이 씨 뿌리는 사람을 만난다 

황금 태양을 후광처럼 지고 미래를 일으키는 자

자신을 남김없이 사는 자의 경건함에서 뻗는 힘 

중동을 잘린 채 대각선으로 선 담대한 나무 

대지에서 뿜어 올린 빛깔로 싹을 틔우고 만다 

빛처럼 퍼뜨릴 생명을 담아낸다 

색의 근원 아래 존재는 말을 뿌리고 심는다 

농부는 의심 없이 색을 키우고 말을 거둔다


하늘에도 강에도 서로를 빛내는 별들의 밤          

밤과 낮을 구분할 까닭이 없도록 

모든 색을 품고 살아 있는 밤* 

파랑과 노랑의 강인한 대비가 어우러지는 밤 

비상飛上을 예언하는 소용돌이 따라  

자신의 세계 너머로 고양시키는 밤이자 낮 

은하수가 꿈틀 흐르는 밤에 

껴안은 해와 달은 별을 낳고

작은 신들이 태어난다 

두려운 밤 기쁨을 머금고 동경하는 밤

고호와 함께 탄생한 밤      


우리를 매혹시키는 힘이자 예술인 사람 고호

그 자체로 자신이 창조한 원인이자 결과 

보이는 동시에 들려오는 이야기꾼 고호

그가 만든 밤, 낮을 품은 밤

우리가 다시 태어날 밤 


뜻도 제목도 모른 채로 스터디 스터디 나잇 

돈 맥클린의 노래가 불현듯 사무친다 

‘공부하는 밤’인 줄 알고 따라 불렀던 중학생

제목이 ‘Vincent’인 줄도 한참 후에 알았지 

나를 깨워 듣게 한다 

비로소 들린다 처음 듣는다     


Starry starry Night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몰라도 괜찮다 가슴이 뛴다면 

회색에 청보라와 나란히 노랑을 노래할 수 있다면

침묵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 밤은 낮보다 훨씬 더 색이 살아있고 풍부하다고 자주 생각한다. (1888년 9월 8일 여동생에게 쓴 편지)

** 별이 빛나는 밤. 이제 당신이 내게 하려 했던 말을 알겠어요.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으며 자유롭고자 애썼는지.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어떻게 듣는지 몰랐죠. 아마도 이제 그들은 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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