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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05. 2022

너무나 예술이고 몹시도 삶이다

찌꺼기들의 광채!

  - <가족>, <포옹>, <싸우는 사람에곤 실레. 빈 오스트리아미술관    

 

그랑 팔레에서는 정원Jardins전이 열리고 있다

모리조의 <부지발의 정원>을 여기서 본다 

만발한 꽃 더미 사이 눈부신 공간들 

새하얀 백합이 피어날 듯, 아이들이 뛰어나올 듯 

선명한 녹색들 사이로 실레의 시든 해바라기가 핀다 

강인하게 말라가던 해바라기가 절망과 

어둠의 폐허 위에 초록을 일으키며 살아난다

황무지에서 뒤틀며 몸을 일떠세운다     


실레의 인물들은 진정 살고 있다

성적 냄새만 강하게 분출하는 인물들도 

죽음을 입고 단단히 살아있다 

직접적이고 격렬한 감각만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는 절규는 

죽음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보인다 

죽음과의 전투거나 죽음으로서의 쾌락   

   

녹슨 철판 혹은 미라 같은 인물들은 입이 있다

관계를 만들고 맥락을 일으키며 자신을 주장한다 

흥분한 성기로 내보이는 압축된 고통과 마른 피 

필멸하는 자의 아우성, 생에 대한 진정한 조롱 

명백한 인간의 몸짓, 관능도 외설도 아닌 삶 

차곡차곡 줄어드는 삶이다

잘 말라가는 죽음, 무덤 안의 춤    

  

<죽음의 고통>을 넘어 죽음과 겹친 삶을 그린 실레 

진정 인간이 ‘세계 속에 내던져졌음’을 

벌거벗은 존재임을 빠른 속도로 전한다 

존재인 몸, 살의 사라짐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때로 섬유질처럼 드러난 과슈의 흔적은 

벗겨진 피부, 통제불가의 외로움이다 

우글우글 자신을 만들고 죽이는 충동의 불, 꽃   

  

정확하게 잘 일그러진 선들은 인간이 

영원히 자신과 싸우는 존재임을 증언한다

변질중인 생명의 색채는 삶을 부르며 땅을 떠난다

집도 꽃도 나무도 흙도 마른 피냄새가 난다 

압화로 뽑아내는 고통의 냄새 

찌꺼기들의 광채! 실레 이전에는 없었던 아름다움   

   

진실된 발화에는 오직 공감밖에 없다 

<빨래가 널린 집>에는 뜨거운 가족이 있다 

섞여 흐르는 붉은 피를 끌어안는 포옹

그러나 싸우는 사람은 진정코 싸운다 

발작 같은 매혹, 벌거벗긴 영혼과의 조우

그의 ‘외설’은 너무나 예술이고 몹시도 삶이다 

가능성 너머의 찬란한 위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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