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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08. 2022

모든 삶은 왈츠가 아닌가

까미유는 혼자서도 충분하다

  - <성숙>, <수다꾼들>, <왈츠> 까미유 끌로델. 로댕미술관. 파리  

   

로댕미술관 장미정원에 가득한 향기

우리 집 그 노랑 장미를 상기시킨다  

문득 방에서 그 향기를 따라 밖으로 나갔을 때 

창 아래 피어있던 단 한 송이 진노랑 장미

오래 곁에 있었다 며칠을 지켜보았다 

다시는 그런 향기를 만날 수는 없었으나 

해마다 기억되는 것은 그 강렬함

그 한 때 그 장미의 그 열정와 끈기 

한 송이로 충분했던 그 한 그루의 장미


로댕의 문패가 달린 집에 왔으나 

나를 반겨 맞는 이름은 까미유 끌로델 

사랑이라는 세속의 이름으로 

예술의 씨를 로댕에게 퍼부은 까미유

로댕이 까미유를 가르쳐 자신의 스승으로 만들었다면 

로댕은 기적 같고 까미유는 기적이다 

내게 한 사람 유일한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 

거듭 태어나며 뚫고 나오는 삶의 장면들

인생의 핵을 영원으로 잡아낸다   

   

<사쿤달라(소외된 사람들)>, <왈츠>, <클로토> 

아픔이 송글송글 함박눈으로 휘몰린다 

수다꾼들은 단독적 절정! 샘물이 솟고 냇물을 이룬다

모든 귀와 말들이 모여 마음을 잣고 마을을 짓는다 

<파도> 속에 <벽난로 앞에서의 꿈>을 쌓는다 

자신을 키운 자는 끝내 홀로 서니 진정한 ‘성숙’이다

애원하는 중년의 여인이 아니라* 자립하는 여인이다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마침내 홀로 서는 자유.


한때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줄 알고 삼켰으나 

목에 걸린 이물질, 그것을 망설임없이 토하는 결단 

자신의 일부를 뜯어냄으로써만 가능한 분리! 

몸을 가르는 고통을 건너 자신을 창조한 까미유  

따끔따끔한 눈알과 몽글거리는 심장으로 

가만가만 까미유가 낳은 영원함에 닿아 본다   

   

그들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았다  

서로의 재능을 훔치며 서로를 높였다 

까미유는 로댕 때문에 

로댕은 까미유 덕택에 서로와 우리를 가능하게 했다 

까미유는 로댕이 계속 열려있도록 

거장으로 닫혀버리지 않도록 자신을 열어갔다

그렇게 까미유는 로댕을 완성시켰으나 

까미유는 혼자서도 충분했다     


까미유를 통과한 몸들은

남겨진 미완성성으로 나를 이끈다

그것이 있어야 완전함이 부여될 것만 같은

예술적 나머지,로 보는 자의 관여를 부추긴다 

시선을 당기며 강렬하나 조용히 부른다 

잇고 흐르는 동시에 끊기고 휘는 선들은 

틈과 흔적을 좇아 생각도 굽이치게 한다    

 

몸을 굽혀 까미유와 함께 

수다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껍질을 벗는다 

모두 손을 잡고 

더불어 왈츠를 춘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들은 왈츠가 아닌가 

둘이 보폭을 조절하며 3자를 기억하는 동시에 

함께 흘러야 하는 세 박자 춤 왈츠 

세 박자는 언제나 손을 내밀어 네 박자를 부를 것이다      


                                                                                                                   

* 오래 ‘중년’으로 알려진 작품 'The Age of Maturity'.  ‘성숙’으로 부르는 게 알맞을 듯.  

  

<수다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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