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군더더기 노동처럼
-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파리
등에 쏟아지는 태양의 화살다발이 따갑다
루이비통 미술관을 찾아 볼로뉴 숲을 가로지른다
한국식 정원 연못과 정자가 있어 깜짝, 반갑다
서울-파리 자매결연 기념으로 조성된 거란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산수국 사이를 지나자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
새롭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특이한 외관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볼수록 탄성이 샌다
명랑하게 팽창하는 풍선들!
투명 날개를 단 배!
같은 모습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이동을 준비하는 조형물 자체.
유리와 철제 뼈대 건물인데 무게가 없다
보다 투명한 플라스틱, 보다 가벼운 유리
호기심을 일으키는 미완성의 느낌
기둥처럼 빗겨 선 노란 거울벽 밖에는
녹색을 데린 빛들이 물처럼 흐른다
잠시 중력을 잃게 하는 가능성과 기대감
옥상 정원 하늘은 더 가볍고 더 맑다
조각나지 않은 무한 공간 파란 하늘
나무 사이로 서울공원이 운치 있게 담기고
라데팡스의 고층건물들도 너그럽다
예술이 군더더기 노동처럼 여겨지는 날
가볍게 본 다음에 차버리고 잊기
하늘만 기억하고 드러누워 쉬기
땡볕 아래 힘차게 걷다가 돌아보니 미술관은
겹겹이 벗은 허물을 밀어내는 거대 벌레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게 분명한 그것
엎드린 벌레는 넓디넓은 볼로뉴 숲에 찍힌
특이한 점 하나로 빛나며 잦아든다
곧 날아가 버릴 듯 그러나
그 배는 다른 곳에 닻을 내릴 터
풍선 안에 다른 알들을 품고
또 다른 꿈을 꾸게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