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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10. 2022

자전거에 빠지다 2

함께 하는 시간의 길이


9월 29일에 시작된 자전거 타기. 자전거를 탄 채로 슁~ 횡단보도도 건너고 마침내 자전거로 장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장바구니 무게조절도 쉽지 않아 비틀, 또 무릎을 깠지만 그쯤이야 뭐. 장바구니에 빵과 사과를 싣고 달릴 때 와아~ 나 좀 봐~~~ _ 

금강수목원에 도전하기로 한 11월 3일. 찬희랑 만나기 전에 튼튼한 자전거를 골라 30여 분을 탔다. 그런데 정작 출발한 다음 얼마 가지 못했으니 이미 지쳤던가 보다. 카페에서 녹차라떼 마시며 강변 불빛 보다가 집에 왔다. 그러나 집까지 돌아오는 길도 짧은 것은 아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그리고! 11월 26일 금강수목원과 그 이상을 자전거로 다녀 왔다~~~~~!

왕복 30킬로미터 정도를 달린 셈이었다. 물론 자전거를 끌고 걷기도 했다. 우회도 하고 차도 마시고 칼국수도 먹고 또 커피를 마시며 종일 놀았다. 맛있는 차와 더 맛있는 스콘을 먹기 위해 수목원에서 ‘홍차마루’까지, 1킬로미터 넘는 꼬불 비탈길을 씩씩대며 자전거를 끌고 걷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이따가 내려갈 때의 쾌감을 상상하면 자동 저축되는 에너지. 비탈이 약한 부분에서 찬희가 타면 나도 타면서, 랄랄라~  차가 지나갈 때마다 겁이 나긴 하지만 말이다. 차들도 우리가 걱정될 터이니 서로 제 길을 잘 갈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내려가기 전, 굽어진 비탈길을 내려다보니 상당히 긴장된다. 한편 얼마나 신날까, 출발! 쉭~ 내려가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찬희 목소리.      


“차 안 와요~ 와도 제가 뒤에 있으니 걱정 말고 가세요~~”      


뒤에 있다! 정~말로 마음이 놓이던 것이다. 맞다. 차가 와도 찬희를 피하면서 나까지 피해서 잘 가겠지. 나만 잘 가면 되지. 하아~ 정말 좋은 교사가 필요하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진정 조용히 지켜보며 격려하는 교사로서 부모와 어른이 계셔야겠구나. 나는 좋은 교사였던가. 떨쳐낼 수 없는 중요한 나의 일부이자 전부로서의 특성,이란 생각이 또 들던 것.     


휘어진 비탈도로를 단번에 내려온 기쁨에 힘입어 계속 잘 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긴 다리(불티교)에 오르자 안전한 통행로가 따로 있는데도 거기서 갇힌 느낌이 들면서 흔들리는 자전거. 안전이 아니라 답답. 여러 번 시도했으나 그 단순 직진이 불가, 강 쪽으로 기울고 난간에 부딪친다. 결국 오갈 때 모두 천천히 이야기하며 걸었다. 그걸 찬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한다. 강요도 위로도 걱정도 장황한 설명도 없이. 이건 놀라운 덕성들의 지점이다. 20여 년 알고 지낸 친구를 세종에 와서야 제대로 발견한 셈이다. 함께 하는 시간의 길이에 거리와 깊이까지 고루 겹치기가 쉽잖으니 말이다.      


칼국수집 창문으로 보이는 자전거들

나란히 가을 강가에 참 다정하다

커피를 마시며 더 오래 금강을 바라보았다

이전의 금강도 아니며 그리웠던 정취도 아니지만 

물은 저대로 흐르고 햇살도 반짝인다 

모두 갈색, 가을색이다    


10시에 출발하여 4시반쯤 돌아오다 

영광의 상처 몇 개와 함께 엄청난 기쁨을 얻은 날

가을에 속함으로써 이 가을을 완벽하게 만든 11월

천천히 색들을 끌어올리고 흩으며 

만추를 베풀고 완성한 11월 

내 뒤에 있어준 또 하나 속 깊은 친구     


찬희가 찍은 사진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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