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속에 갇혀있는 이들에게.

자아와 자아가 손잡을 수 있도록.

by 사연

이야기의 생생함을 전하기 위해, 자아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다소 부정적인 감정들이 노골적으로 나열되므로, 초반에 거북할 수 있는 점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Q. 요즘 나의 마음 상태나 기분은 어떤 것 같아?

자기 의심, 불안, 불확실, 자신 없음, 숨고 싶음, 자기혐오가 가득해.



Q.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야?

웃지 못하는 사람, 갇혀 있는 사람, 실수투성이에 덤벙거리기만 하는 사람, 짐덩어리,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한심한, 게으른, 겁쟁이, 속 빈 강정 그런 사람.



Q. 어떤 이유와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1) '똑똑하고 예리하게 해내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을 거야.' '소통과 공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국 혼자 남게 될 거야.'라는 전제

(2) 노력하고 방법을 찾으면 되겠지만, 그런 접근조차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

(3) 그렇게 포기한 듯, 어느샌가 숏츠와 릴스를 보며 히히덕거리는 나에 대해 혐오감이 밀려오고, '너도 결국 이런 콘텐츠에 중독자구나?' 하는 자기 비난

(4) 있어 보이는 말과 달리, 결국 회피하는 나 자신



Q.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면..

첫 번째 이유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굉장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바보 같아 보이면 어쩌지? 내가 민폐로 낙인찍히면 어쩌지? 내가 한심하다는 걸 들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들 말이야.


그런데 사실 이 두려운 말들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인 거 아니?

"너, 제대로 못하면 사람들이 너 비웃는다?" "너, 이런 식으로 하면 한심하다는 소리 듣는다니까?"

타인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도, 너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

왜? 주변에서 이런 사례들을 봤었거든. 사회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눈치가 많이 쌓인 거지.

'아..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위험을 감지한 거야.

그리고 이런 눈치들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즉 감시하는 시선을 만들었어.


이런 시선은 곧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까지 높이게 됐지. '멋진 모습을 보여라. 그렇지 않으면 벌이야.' 하는 명령을 계속 내리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아니? 이 말은 나의 멋진 모습만 골라서, 그런 순간에만 선택적 사랑을 하겠다는 의미라는 거.


그런데 미안하지만, 자아에게 '선택적 사랑'은 불가능해.

인간에게 자아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욕구가 있거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정받고 싶어 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어떤 특정한 모습이 나타났을 때만 나를 사랑하겠다? 인정해 줄 수 있다? 100년을 살아도 그렇게 할 순 없을 거야. 봐,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면에서 갈등을 겪고 있잖아.


해서 모든 순간과 과정에서 자아를 돌봐주는 게 필요해. 특히 나처럼 민감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수록 더더욱 그런 게 필요할 거야.

생각해 봐. 과정을 응원하지 않고 결과만 가져오라고 다그치는 자아?

내 안에서 당장 내쫓고 싶지 않니? 너무 숨 막히잖아. 직장 상사가 그렇게 했다간 퇴사 각 잡는 걸?

반면에 과정에 동참하고, 응원해 주고, 어디서 나쁜 말 듣고 오면 같이 화내주고, 지켜주는 자아라면 계속해서 같이 살고 싶지 않겠니?



Q. 어떤 변화의 시도가 필요할까

나의 어려움과 고민에 공감하고 귀 기울여 줘.

'어떤 게 어려워?' '어떤 게 힘들어?'하고 들어주고, 해결 방법도 같이 고민해 줘.


절대 '아 뭐 이런 걸 어려워해..' '이런 것도 제대로 해결을 못하고 빌빌거리다니. 진짜 한심하다..' 이런 생각은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거 알잖아.


'그러네, 이런 건 좀 어렵긴 하지.'하고 토닥여 줘. 어려운 걸 어렵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말이 많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둬. 그래야 숨통이 트이지.

그리고 믿어 줘. 어렵긴 하지만 결국은 해결해 낼 거라고. 좀 성장이 더디더라도 시간을 버리는 건 결단코 아니라고.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순간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거라고.


그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닌, 옆에서 같이 쪼그려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자아와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 순간 비로소,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찾고 살아갈 힘도 얻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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