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이 피는 겨울 베란다

제라늄이 빨갛게 피었다

by 영롱한 구슬

어제 내린 눈에 칼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오늘의 겨울 아침이다

구순 노모의 생신날이어서 칠순의 자녀들은

'신의 은총을 받으며 피어난다'는 빨간 제라늄을 보러 갔다


하루 전 날

노모가 좋아하는 떡집을 들러서

주문해 두었던 떡을 찾아들고 좋아하는

딸기케이크와 카마모일차로 아침 생신상을 차려

드리기 위해 칠순의 자녀들은 어머니의 아파트로 향했다

노모는 몇 날 며칠을 눈이 빠지게 베란다 창가에 앉아 아들 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정 남향의 제라늄꽃이 피어있는

겨울아파트로 자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내 몸에서 나온 내 자식들인데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성격들도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각자 다 다르구나

베란다 창가 제라늄 사이로 겨울의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95세 백발의 노모는 간병인의 부축을 받으며 혼잣말을 하며

추억의 감나무이야기보다 제라늄의 가지치기를

더 걱정하며 자녀들이 와서 가지치기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백발의 구순 노모 앞에서

반백의 칠순 아들딸들이 모여서 재롱을 떨고 있었다

노모가 손수 키워온 오래된 제라늄은 빨간 꽃봉오리를 맺으며

제라늄꽃 커튼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자연스럽고 보기가 좋았다

"어휴, 우리 엄마, 언제부터 이렇게 예쁜 꽃들을

키웠대?" "꽃가지들 좀 꺾어가도 돼?"

"우리 아파트에 가져가서 엄마 생각하며 키워볼게"

구순의 노모는 신이 나서 두뇌를 풀가동하며

반백이 된 칠순의 어린 두 딸들에게

제라늄삽목 하는 법을"옹알옹알" 가르치고 있었다


노모는 칠순이 넘은 자식들에게

아직도 못다 한 그녀의 독특한 방식 대로 훈육을 하고 있었다


눈 내리는 새해의

새 달력은 두 번째 장을 넘기고 있었다

장수하고 싶지만 적당 한 선에서

서로의 이별을 감내해야 할 나이들

그런 날을 미리 당겨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칠순남매들은 구순의 어르신을 모시고

흐르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생일 음식을 차려 먹었다


춥지만 따뜻한 겨울아침이다

어머니의 빨간 제라늄이 웃고 있었다


어슴프레 떠오르는 겨울 지평선 저 너머

옛날, 추억의 호수마을감나무밭에서 뛰어놀던 어린아이들은

반백이 되어 즐거운 생일파티를 하며 행복했던 시절의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동심의 세계#

#어머니의 생신#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