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과 보라 옷 들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남매는 '매, 난, 국, 죽' 자개장롱문을 열고
세월의 옷가지들을 정리하였다
아끼면서 입지 않은 오래된 빛바랜 새 옷들이
장록 속에 빼곡히 쌓여있었다
버리기에 너무 아까운
그 당시로서는
꽤 비싼 새 옷들이었다
베란다의 제라늄 화분은 가지치기만 잘해 도
예쁘고 빨간 새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나지만
엄마의 "매" " 난" " 국 " "죽"의 자개장롱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로
시간이 멈추어져 있었다
반백의 남매들은 어머니께서 아끼시던
자개장롱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노모의 눈치를 살피며 곁눈질만 하였다
"아직은 아니야"
"구정은 지나야 할 듯요"
" 노모의 지나온 삶을 함부로 평가하고 자기 결정권을 무시한 채 구순이 넘은 노모 앞에서 자식들이 월권하면
안 돼"
장록 속 어머니의 옷들이 놀라며
아웃성을 치며 말하는듯하였다
"여보세요 오늘 갑자기 뭐 하시는 건가요?"
빛바랜 옷가지들은 놀래서 구석으로 숨어 들어갔다
"곧 봄 이 올 건 데ᆢ"
분홍보라옷이 손사래를 치며 말하였다
"아직은 아니야 "
" 집에 온 김에"
"어머니의 쑥부쟁이가지치기부터 해주고 가면 안 될까?"
남매는 말없이 조용한 미소를 머금으며 어머니의 지나온 삶을 회상하며 베란다 화분에 헝컬어져 피어나는
쑥부쟁이 꽃에 가지 치기를 하였다
"그래 , 아직은 아니야"
자개장롱문을 닫으며 늙은 남매는
서로 웃으며 눈치껏 말했다
" 곧 구정인데 구정에는 다들 오시는 거지요?"
간병인은 조심스레 남매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였다
구정휴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허 허허" "그렇게 해야겠지요" 남매는 두 눈을 찡긋거렸다
#어머니의 옷장#
# 홍영주의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