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심으신 두 그루의 붉은 칸나
도시의 점포주택이 너무 좁아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연둣빛 나무 대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서자 마당에 깔려있는 작은 조약돌이보였다
조약돌 마당을 걸어들어갔다
벽돌과 타일로 지어진 방이 많은 아담한 단층양옥집이 보였다 우리 대가족이 원했던 방이 많은 집이었다
식목일 날 심어 놓았던
붉게 핀 칸나 두 그루가 나를 반겨준다
회색 자갈마당을 지나서 오 남매가 살고 있는 집이다.
현관에 타일이 깔려있어 비가 와도
발이 젖지 않아 기분 좋은 우리 집
원목 나무 사이 현관에 사각 나뭇조각 문이 달린 집
현관 입구 바닥에
하얀 타일과 검정의 격자 타일이 깔려있는 집
붉은 벽돌로 지어진 벽체 위로
겨울이면 산타가 몰래몰래 숨어
들어올 수 있는 지붕 위에 굴뚝이 달린 집
봄이 오면, 이중 들창 사이로
따스한 햇살을 받고자란 난초 화분이 있는 그 집은
언제나
나를 보고 웃으며 손짓한다.
"어서 오라"라며 반겨준다.
나와 오 남매를
반겨주는 엄마의 집이다.
도심 한복판 가게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울 엄마의 단층 양옥집
좁은 점포주택의 집보다 훨씬 넓은 집
별채에 장독대방이 있고
편안한 방이 네 개 달린 집
붉은 벽돌집에 이중 들창이 있는 집
학교 수업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오 남매를 보며 웃어주는 집이다
늘 학교 다녀오는 구슬이를 기다려 주는 집
지친 도시생활의 하루하루를 쉬어가게 하는 우리 집
우리 오 남매와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도시의 단층 양옥집
여름이면 뜰 앞마당에 심어놓은 칸나와 함께
아버지의 채송화가 꽃을 피우는 집
막연히 자야 언니를 기다리며
방아 댁 할머니 얼굴을 그려본다.
"올 추석에는 도시의 단층 양옥집으로
돌아오겠지~~~"
가을 대문을 두드리며 방아 댁 할머니께서 오셨다.
" 이제 자야는 안 온다 카 더레이"
시집간다 카 더레이"
"나 보고 양옥집에 가서 같이 살라고 하더라 "
"구슬이 하고 여기서 살란데이"
방아 댁 할머니의 분홍 보랏빛 옷 가방 두 개가
구슬이 방으로 들어왔다
집이 조금 넓어졌다지만 아이들의 희비는 늘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