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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미대를 가겠다고?

그림과 낙서, 인형놀이, 맞춤옷가게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택

by 영롱한 구슬

"너 지금 방금 뭐라고 했니?"

너 공부시키려고 가게 접고 주택가로 이사했는데 "

"뭐? 미대를 가겠다고? 미술은 취미로 하고 다른 전공 생각해 봐라"

나는 어릴 때부터 벽에 낙서하고

서랍 뒤지기를 좋아하였고 동네 아이들과 미용실 놀이 하며

엄마옷 가게 주번 자투리 천을 주워 모아 헝겊인형을 만들며 엄마 심부름을 하고 장돌뱅이가 되어

시장동네를 돌아다니는 일이 나의 유일한 취미 활동이 되어 버렸고 그 생활이 아예 몸에 배어 익숙해진 상태였다 나의 전공은 미대를 가서 엄마의 가게를 물려받는 것이었다 숙명적인 선택이 되어 나는 이미 결심을 굳힌 상태였었다

가게에 엄마 따라오는 주변 아이들을 돌보며 인형 옷과 사람옷 만들기를 좋아하였다 바느질하느라 손가락 하나가 미싱 바늘에 찔려서 제대로 처치를 못해서 곪아 터져 아직까지도 흉터로 남아있다

지금도 그 집개 손가락은 나의 심벌이 되어 지난날을 추억하게 만든다


낙서 놀이의 한 부분으로 스토리의 주제와 거기에 걸맞은 단어들을 생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아서 나의 인형들에게 순서를 정하고 혼잣말로 상상놀이하며 인형놀이에 한동안 푹 빠져 있었다ㅡ지금 생각해 봐도 참 독특한 아이였었다

"빨간 머리 앤"처럼 늘 상상의 늪에 빠져서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내어 주변을 놀라게 하곤 하었다



특히, 있는 그대로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시는 할머니께서 계셔서 나는 무척 좋았다


나의 유일한 룸메이트!

평생 내 편이 되어 주었던 나의 방아 댁 할머니

나는 유년기 때부터 할머니의 딸인 줄로 착각하며 살았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나를 키워 주셨던 아가페적인 사람


평소에 나를 유심히 지켜보시며"너는 꼭 미대 가거라 "라고 하셨던 학교미술 선생님 소개로 3개월간 스파르타식 입시 미술 지도를 받았다 수석입학 축하 전화를 받았다 입학 등록금 면제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늘 표현에 약했던 아버지께서

당신이 젊었을 때 하고 싶었던 전공을 딸이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경제적 걱정을 함께 하시며 혼잣말을 하셨다

아버지의 지지로 응용미술을 전공하였고,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며 즐겁게 미대를 다녔다 지금도 나는 나의 전공을 너무 사랑한다 비록 어머니께서 하시던 가업은 못 이어받았지만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전공에 대한 후회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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