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꽃씨를 뿌렸다
아파트옆 언덕 공원길 돌틈사이에 아무도 모르게 꽃 씨를 뿌렸다
손자를 봐주러 가는 아파트옆 단지사이 숲길 돌틈사이에
새로운 씨앗을 뿌렸다
속이 많이 상해서 이 번에는 식목일이 지난 한 달 후 5월 중순께 뿌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식목일에 애써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었던 꽃들의 떡잎들은 새순이 나기 전에 잡초와 함께 잔디 깎는 기계에 눌려서 저항할 힘도 없이 무차별 커팅을 당하고 쓰러져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파트단지의 정원관리사들에 의 하여 처참히 뽑히고 짓 밟혀 죽어 나갔다
그래서 잔디 깎는 작업과 제초작업 끝난 5월 중순 이 지나서 다시 꽃씨를 뿌렸다 채송화와 백일홍꽃씨를 돌틈사이에 무리를 지어 뿌렸다
5월 아파트단지와 아파트의 두 단지 사이 사잇길 돌틈사이에 잡초를 뽑고 땅갈이를 하여 다시 약간의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었다 조용히 몰래몰래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어린잎들이 나를 향하여 웃어주었다 그들 중 몇몇은 야생화 틈바구니에서 기특하게도 '올 커팅' 당하지 않고 늦게 올라온 작고 어린 새순의 일부였던 것이다
유일하게 용케도 잘 살아남은 아이들이었다 이름 모를 들풀사이로 본잎이 올라와서 야생화들의 보호로 함께 살아남은 아이들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났다
이틀에 한 번씩 다시 물을 주었다 열흘이 지나자 제법 '우뚝'쏟아 오르며 건강한 자태를 뽐내고 푸르고 싱싱하게 자리를 잡았다 튼튼하고 건강히 자라며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의 향기를 마시고 다시 살아난 귀여운 아기들이다
보름쯤 물을 주자 키가 '후욱' 올라왔다
주변잡초들과 강아풀들이 조심스레 그들의 자리를 서로양보해 주며 백일홍이 꽃을 피우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고마워 야생화, 개망초, 강아지 토끼풀들아"
지구사랑 아주머니께서 또 오셨다고 인사하며
백일홍이 피는 사이사이로 조심스레 그들의 몸을 숨기기까지 하는구나
꽃들과 들판의 잡초들도 서로의 언어가 있고 몸짓이 있구나
내가 다녀가는 시간대를 알기라도 한 듯 오늘은 너네들이 먼저 나를 반기고 곧장 백일홍뒤에 숨어버리네,
으응, 이틀에 한 번씩 물을 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몸짓이구나 "
그리고 부탁하는 듯 애초롭게 불어오는 바람에 너희들이 가지를 흔들며 말을 하고 있구나
"이제 그만 잡풀이라고 무시하며 함부로 뽑지 말아 주세요"라고
" 응, 그래 알았어 나는 지구사랑쟁이 야'
"너희들이 마구 헝클어져 있으면 서로서로 자라 나기가 힘들 거야 내가 속아내서 몇 개는 뽑아서 풀 없는 돌틈사이로 옮겨 줄게, 그곳에서 예쁘고 멋있게 자라나라"
돌틈사이가 정리가 되면, 사람들이 잡초라고 함부로 무시하고
너희들을 뽑아내지 않을 거야 이제 안심해도 돼"
먼저 뽑혀서 말라 시든 잡초들에게
"미안하다""정말, 미안하구나!"
한바탕소나기가 내렸다,
다음날 시들어가던 강아지풀들이 백일홍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이사 간 돌틈 사이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잡초도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생명인데
"내가 심했구나 거듭 사과를 하였다
강아지풀과 하얀 개망초, 노란 토끼풀들아!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아! 너희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함부로 뽑지 않을 거야
이사 가서도 잘 적응하는구나"
"고마워"그리고 " 내가 너희들이 군락을 이루며 한 곳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정리하고 도와줄게"
"지구사랑 아주머니의 꽃씨들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