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받으며 주요 내용을 기록한 것입니다.
1. 장애의 가시성과 비가시성
공공장소에 훨체어를 타고 나타나는 장애인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받는다. 장애를 가진 개인이 ‘공적화된 몸’. ‘광장 안에 전시되는 몸’으로 나타나는 순간이다. 장애는 이렇게 가시화된다.
광장에 전시되는 몸이지만, 장애인의 목소리-‘욕망’은 가시화되지 않는다. 장애인이 욕망을 표현할 때 많은 비장애인들은 그가 ‘장애인 다운 행동’을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장면(마치 휠체어를 탄 몸처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낯선 장면에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목소리와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행위 자체를 ‘문제 상황, 문제 행동’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욕망을 드러내면 그 자체를 문제적인 상황으로 규정하는 것. 어떤 모습과 목소리와 행동, 모양새는 지나치게 부각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욕망은 무시하는 것. 이것이 비장애인이 가진 장애의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모순이다.
2. 도전적 상황
사회복지 분야는 최근 기존에 사용했던 장애인의 ‘문제 행동’을 ‘도전적 행동’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욕구’나 ‘의사표현’이 아니라 ‘도전적 행동’일까.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특수화, 범주화, 유형화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3. 인간은 성욕이 있고 장애 청소년도 성욕이 있다?
발달장애 청소년 대상 성교육은 성욕이 인간의 본능이며 2차 성징에 따라 성욕이 발현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본능에 따르면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바지를 벗어 성기를 노출하는 발달장애 남자 청소년의 행동 또한 기존의 성교육은 (당혹스러운 도출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성기 노출은 사회적 관계와 맥락 안에서 발생한다. 발달장애 여성은 공적 공간에서 자신의 성기를 잘 노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발달장애 남자 청소년이 성기를 노출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성이 구성되는 원리와 비슷하다.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닌 것이다. 또, 함께 생활하는 양육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발달 장애 남자 청소년의 신체 노출에 대한 긴장감도 달라진다. 때문에 성욕은 본능이고 발달장애 청소년 역시 동일하다고 보는 건 매우 납작한 설명이다. 장애의 특성 혹은 인간의 본능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환경과 사회적 맥락을 깊게 들여다 봐야 한다.
4. 백번 얘기한다고 내 몸이 소중해 지진 않는다
비장애 성교육 강사들은 지적장애 청소년에게 교육 내용을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대체로 비장애인에 교육 대상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은 지적장애인이 이해력이 떨어지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어려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 하는 것이다. 필요한 건 반복이 아니라 ‘변주’다. ‘내 몸은 소중해’ 백번 얘기한다고 내 몸이 소중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이해력이 낮으므로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녹아 있다.
5. 과잉성애화와 탈성애화
장애에 대한 낙인과 몰이해라는 조건은 장애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 이때 섹슈얼리티에 대한 편견은 양 극단으로 구성된다. 성적 본능을 자제하지 못하고 성폭력을 일으키거나(발달장애인 남성), 미숙하고 방어력 또한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존재(발달장애인 여성)로 나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섹슈얼리티를 구성하는 담론적 특징은 과잉성애화거나 탈성애화다. 이는 장애의 가시성과 비가시성 모순과 쌍을 이룬다.
6. 피해경험 호소
몇몇 상담자 및 교육자는 장애 여성이 자신의 피해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성폭력 피해 주장을 웃으며 반복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왜냐하면 비장애인의 경험에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광장을 갖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밀실을 갖지도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장애 여성은 피해 경험을 통해 내 목소리가 가시화되는 것을 목도한다. 광장에 서는 것이다. 때문에 장애 여성이 자신의 피해경험을 계속 발화하는 건 타인과 관계맺는 방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7. 발달장애 청소년의 성적권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성교육
① 성규범화 교육
성교육 이데올로기는 배우는 자보다 가르치는 자에 대해 더 많이 드러낸다. 현재 진행되는 많은 발달장애 청소년 성교육은 당사자의 성적권리와 욕망을 탐색하게 두지 않는다. 오히려 통제하기 위해 ‘일부’ 정보만 제공한다. 행동에 제한을 두는 규율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교육은 ‘성규범화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② 선택지 최소화
‘어떤 몸’은 감시와 개입없이 성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발달장애 청소년의 경우, 주변인에 의해 ‘성관계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성교육이 진행된다. 주변인들이 당사자의 선택지를 최소화함으로써 문제가 없다고 믿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③ ‘성적 즐거움’, ‘욕망 탐색’의 거세
성적 즐거움을 이야기 하지 않는 방식은 성적 폭력의 위험성을 예민하게 자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많은 발달장애 피해자들은 성폭력과 성관계의 구별을 어려워 한다. 편견어린 시선을 가진 이들은 피해자의 이러한 경향을 인지 무능력으로 설명하지만, 성적 욕망과 즐거움을 모르는데 무엇이 폭력이고 무엇이 성관계인지 비교해서 이해하기는 어렵다.
8.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①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많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된다고 교육받지만, 정작 타인이 내 사생활을 침해할 때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교육받지 못한다. 오히려 경험을 통해 사생활 침입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인다. 때문에 거절과 방어를 위한 의사소통 역량도 발달시키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너에게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존재임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알려줘야 한다.
② 자기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수용 돕기
특히 경증 장애인일수록 자기 장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어렵다. 자신의 장애를 이해할 수 없는데, 주변인들은 장애의 무능감만 강조할 뿐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경증 장애인들은 탄탄한 자기 정체감을 구축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경증 장애인일수록 성폭력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된다. 대부분의 경증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지 않고 비장애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장애 커뮤니티는 장애의 취약점이 나타나는 순간 낙인을 찍거나 폭력에 이용한다.
자기 장애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장애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본인의 어떤 특성 때문에 가해자가 폭력에 이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이다.
③ 피해자화를 넘어서기
피해 ‘호소’를 통한 관계맺기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일방적인 보호는 장애를 무능/무기력한 것으로 만든다. 통제로 훈육될 뿐, 이 때 역량은 결코 강화되지 않는다. 자신의 욕구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그들이 말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않는다. 때문에 목소리를 들으려는 태도와 더불어,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여 해석하며 타인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끔 시간과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