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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oach diary 탄생기

"목과 어깨는 힘을 빼고, 배와 가슴을 끌어 올려라"

by 수피아

라틴댄스를 배우기 시작한건 2021년 12월이다. 계기는 바로 고급 호텔에서 진행된 클래식 갈라쇼였다. 흥겨운 볼라레(Volare)를 이어가던 가수는 관객들이 너무 점잖게 앉아있자 노래를 부르다 말고 무대 바로 앞에 있던 테이블의 우리 셋을 무대로 불렀다.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우리는 막춤을 췄고 다른 관객들도 다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순간이 지금까지 날 춤추게 할줄은.


그날 이후 우리 셋은 어떤 춤이든 배워보자 결심하고 다같이 집 인근에 있는 댄스 스튜디오를 찾다가 라틴댄스를 만났다. 만약 방송댄스나 밸리댄스 스튜디오가 있었다면 그걸 배웠을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일주일에 두 번, 춤도 춤이지만 무엇보다 친한 사람들끼리 일상에서 잠깐 짬을 내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렇게 춤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기보단 취미처럼 시간을 보내다가 제대로 연습을 한건 2022년 7월에 있던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춤을 추는 ‘프로암 대회’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9월에 우연한 기회로 공연을 준비했고, 12월에도 같은 동작으로 공연을 하였다.


그리고 나서 올해 2월 19일 다시 프로암 대회를 준비했다. 같은 곳에서 주최한건 아니지만 두 번째 프로암 대회인 만큼 좀 더 잘하고 싶었다. 대회를 33일 앞둔 1월 16일부터 나는 절대적인 연습량을 늘려야 겠다 생각하고, 연습실에 오전에 도착해 연습을 시작하였다.


텅 빈 연습실에서 혼자 내 몸에 집중을 하고 있노라면 내 안의 많은 말들이 흘러나온다. 흘러나온 말들은 빈 종이를 채워나갔다. 채운 글은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고, 다짐을 하게했고, 연습을 이어갈 힘을 주었다. 마치 선수를 키우는 ‘코치’와 함께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My Coach Diary는 탄생하였다.


처음 춤을 배울 때는 마치 헬륨가스 같았다. 마냥 차오르기만 하고 가벼운. 당연히 완전하지 않지만 이제는 그 떠있는 공기를 무게추로 안에 잡고 있어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가끔은 그런 기분도 든다.


"목과 어깨에 힘을 빼라" 춤을 추며 선생님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여전히 듣고있다. 힘 주기는 쉬운데 힘 빼는게 정말 어렵다. 목에 힘을 빼고 춤을 시작하더라도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또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문득 그동안 얼마나 목과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았는지 돌아봤다. 별로 잘난것도 없으면서 내 기준의 사상, 생각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다하면 바로 그 사람을 판단 해버렸다. 내 몸 하나 제대로 컨트롤 하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재단했던지.


“배와 가슴을 끌어 올려라” 힘을 빼라는 말 뒤에 항상 붙는데 그러면 목과 어깨에 힘이 덜간다. 내공이 쌓인 사람이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춤을 배울수록 점점 내 안에 알 수 없는 코어가 생기는 것 같다. 아직은 작은 눈송이 정도지만 언젠간 눈덩이가 되지 않을까. 그 눈덩이는 또 나를 어떻게 변화 시킬지 점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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