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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회복할 시간

by 수피아

본격적인 춤 연습 하루 전 잠을 자기 전에 '오전 6시가 되면 눈을 뜨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알람을 맞추면 옆방에서 자는 룸메까지 깰까 봐 맞추지 않았다. 대신 생각을 많이 했다.


'6시에 일어나고 싶다. 그때 일어나야 글도 좀 보고, 일기도 쓰고, 강아지 산책도 하고, 7시 50분에 집을 나서면 8시 30분~10시(1시간 30분) 동안은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생각을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눈을 떴을 때 시계는 6시 1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보고 '역시 나는 약속을 잘 지켜'하며 웃은 게 아니라 '아이고 오늘은 운이 좋아 일찍 일어났지, 내일 또 할 수 있는가 봐라'는 빈정대는 마음의 소리부터가 나왔다. 왜 이렇게 됐을까. 왜 나를 믿지 못할까. 삶을 돌아봤다. 가슴 아프지만 나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작년에 맡은 프로젝트 3개 중에 2개를 하지 못한 점이 크게 다가왔다. 주변의 실망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기상 시간 하나를 두고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작심삼일도 못 채울 거 같았다.


다시 과거를 돌아봤다. 나와의 약속을 오랫동안 지켰던 적이 있던가. 오래전 이기는 하지만 통일운동 하는 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밥 먹기 전에 하는 밥통일기도를 5년 정도하고 있고, 채식주의도 몇 년간 실천한 적이 있었으며, 국제구호단체 개척자들과 공동체 생활을 3개월 동안 했을 때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6시마다 기상하여 구름이 호두(나의 반려견들)와 행군(?)을 했다.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 강아지는 실내에서 지낼 수 없다는 규칙이 있던 곳이라 밖에서 잠을 자야 했고, 아침 일찍 내가 같이 뛰어 몸에 열을 내지 않으면 동사될까 걱정된 것이 컸다. 그러니 100프로 자의로 했던 실천은 아니다) 아무튼 나도 결심한 것을 꽤 오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경험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나에 대한 ‘굳건한’ 믿음,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이제는 제대로 인지해야 할 때이다. 문제를 제대로 인지해야 해결 방법을 찾고,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뇌과학자 정재승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타인이지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뇌의 ‘어느 한 부분’에 넣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신과 타인 구분이 힘들고 결국은 ‘그 사람을 자신’이라고 뇌가 착각을 한다. 나를 내 맘대로 컨트롤 못하면 화가 나듯이 그 사람이 내 맘대로 통제가 되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 연인, 아주 친한 친구(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잘하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그래서 그들을 의도적으로 그 어느 한 부분이 아닌 그 '옆에' 소중히 둬야 한다.


만약 ‘나’라는 존재를, 물론 나는 내가 맞지만 그래도 살짝 ‘나’를 그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옆에' 살짝 비껴서 둔다면 그렇다면 좀 더 스스로에게 나이스해지고,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며 좀 더 ‘나’에게 잘 보이고, 잘하고 싶어서 지금의 나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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