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어떻게 전쟁이 되는가
그럴 때는 그냥 외로우면 될 일을 우리는 종종 상대를 향해 묻는다. 왜 내 마음을 모르느냐고. 왜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느냐고. 말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감정은 불처럼 번진다. 외로움은 어느새 분노가 되고 분노는 서로를 향한 작은 전쟁이 된다.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불과 기름이 되어 서로의 화를 키우는 존재가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이 타버리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거무튀튀한 재 속에서 한때 반짝이던 기억들이 파편처럼 손에 걸린다.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되돌릴 수도 없는 것들이 아직 온기를 간직한 채. 이런 마음을 생각하다 보면 문득 세계의 밤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폭격의 소리가 일상의 배경음처럼 깔리고, 누군가는 무너진 집 앞에 서서 자신의 삶이 어디까지 사라졌는지를 가늠하고 있을 것이다. 바다 위에 멈춰 선 배들도 있다. 들어온 길은 있지만 나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전쟁은 언제나 멀리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작은 화면을 통해 그 장면들을 스쳐 지나가듯 본다.
하지만 그 화면의 반대편에는 지금 이 순간을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적 나는 엄마와 동생을, 그리고 나를 지켜내고 싶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고통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지만 구원은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뉴스 속 전쟁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곳의 사람들이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평화를 말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는 일에는 자주 서툴다. 서로의 밤을 끝까지 들어주기보다는 자신의 낮을 지키는 데 더 익숙하다.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화해하지 못한 밤이 조용히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작은 전쟁을 안은 채 그 밤을 건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