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좋은 글, 좋은 영상을 봐도 돌아서면 까먹기 일쑤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고 흐릿하게 남는 기억은 내 지식이 아닙니다.
오늘은 정보를 받아들여서(Input)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는(Process) 구체적인 방법들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손으로 쓰고, 패턴을 읽고, 생각을 굳히는 과정입니다.
1. 일단 쓰자: 베껴 쓰기의 힘은 '몰입'입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하라는 건데요?"
"집중이요."
"어떻게요?"
"일단 아무 내용이든, 써야해요."
일단 펜을 들고 내가 공부하고 싶은 아무 내용이든, 손으로 30분만 베껴 써보세요. "요즘 세상에 무슨 필사야?"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손으로 베껴 쓰다 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산만하던 머릿속이 차분해지면서 집중이 되기 시작하거든요. 이것은 '집중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마치 복싱 선수가 링에 오르기 전 샌드백을 치며 훅을 100번 날리는 것과 같아요. 그 반복적인 행위가 우리를 몰입의 흐름(Flow)에 올라타게 만듭니다.
2. 패턴 파악: 예상하고 ⇒ 찾아서 ⇒ 기억해 봅시다.
"덕분에, 집중은 하게 되었네요. 근데 그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데요?"
"예상해보고, 내 예상이 맞는지 찾아본 후, 목차를 떠올려 봅시다."
몰입의 상태에 들어갔다면, 이제 정보를 씹어 먹을 차례입니다. 텍스트를 읽을 때 무작정 읽지 마세요. 패턴을 파악해야 합니다.
예상하기: 기출문제를 보면 앞으로 나올 문제가 보이듯, 글의 목차를 보며 "이런 내용이 나오겠는데?" 하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소제목을 보고 내용을 미리 예상해 보는 겁니다.
찾기: 그리고 본문을 읽으며 소제목에 대한 답을 찾아보세요. 내가 예상한 전개 방식과 실제 글의 전개 방식이 같은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기억하기: 책을 덮고 백지에 "내가 만들어서" 기억해 봅니다. 단순히 읽은 것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내가 저자가 되어 목차에 대한 답을 재구성해 보는 것이죠.
이때 단어의 뉘앙스도 놓치지 마세요. 뜻이 같아도 감정이 긍정(+)인지 부정(-)인지에 따라 맥락이 달라지니까요.
기억하세요. "안다 = 설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출처: <거인의 노트>, 김익환)
3. 사고의 고체화: 액체를 고체로 만드는 법
"이제 목차를 떠올려 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근데 여기까지 하면 정말 내것이 된 것이 맞아요?"
"아직입니다. 지금 기억한 내용을 써봐야해요."
생각만 하고 쓰지 않는 것은 머릿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지 않는 것과 같아요.
1) 마음속 액체 상태인 고민들을 글로써 고체화 시킬 수 있다.
우리의 생각과 고민은 유체(Liquid)와 같아서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닙니다. 이처럼 추상적인 것들은 글을 통해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야 명확해집니다. 김익환 작가님은 이를 '고체화 시킨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이 바로 쓰기의 핵심입니다. 흐릿하고 모호하던 내용들이 글을 쓰면서 서서히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쓰면서 공부하기'는 배움의 필수 요소입니다.
투자 대가 워런 버핏도 이 효과를 잘 알고 있었죠. 그는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고 싶다면 그 이유를 글로 써보라고 합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이유와 글로 정리한 이유는 같을 수 없거든요. 꼭 글로 써야만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생각을 잇다 쓰기는 생각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자꾸 딴 길로 새기 마련이죠. 하지만 글을 쓰면 다른 생각으로 산발적으로 뻗쳐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논리의 길을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
4. 기록의 진정한 힘은 '기억'이 아니라 '집중'
"기억하는 법은 알게 되었어요. 근데 쓰면서 느낀 것인데, 쓰는 것의 다른 장점도 있을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결국, 쓰다보면 '집중'을 자연스래 연습할 수 있어요."
우리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대부분 '기억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기록하는 일이 주는 직접적인 효용은 사실 기억이 아니라 '집중'입니다.
기록하기 위해서는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받아 적으려면 무엇이 핵심인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맥락을 이해해야 하거든요. 이것이 기록의 숨겨진 능력입니다. 이렇게 집중하고 이해했으니 기억하기 쉬운 건 당연한 결과겠죠?
그래서 기록을 정말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기록한 것을 꼭 다시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습니다. 기록하는 동안 이미 많은 부분이 저절로 기억에 새겨졌기 때문이죠. * 물론, 기록은 다시 봐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 오해하지 마세요! 다만 그만큼 쓰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반면 기록을 못하는 사람은 실컷 써 놓고도 나중에 다시 보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쓰는 순간에 '집중'하지 않고 손만 움직였기 때문 아닐까요?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입력'하고 '생각'을 굳혔다면, 이제는 효율을 극대화할 차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순서를 내 맘대로 파괴하는 공부법"과 "성장을 위한 스위트 스팟"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도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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