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프로포즈 대작전(5)

by 노아
다 카포, 곡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연주하라는 뜻을 가진 악상 기호.

그리움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의 첫 인연을 만나게 된 이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오늘의 내가 새 시대의 시작점에 오른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 카포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무리를 지어서 거리를 걷고 있었고. 인도를 따라 서있는 상가 건물들. 비좁은 인도 위를 가득 메운 인파. 한때의 청춘이 불어간 자리에 다양한, 저마다의 새로운 청춘들이 스며들어 홍대입구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망했네.. 사람 많다..”


카페고, 식당이고 한 곳도 예약을 안 한 나란 사람 뭔가... 무슨 자신감인가.. 패닉이었다. 동해안이나 남해안으로 여행 가시지, 왜 이곳에 몰리신 건지.. 참 원망스러웠달까..


...


이곳에서 나는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오실지 기대하면서. 어떤 모습이실지 궁금해하는 마음을 감추면서, 그저 바보처럼 보이지나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을까?


멀리서, 파란 원피스를 입은 분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셨다. 갈색 눈에 발레아쥬 머리를 한, 새하얀 피부였다. 그 갈색 눈으로 나를 보고 있으셨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까마득한 옛날, 그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 만난 우리. 그 첫 만남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이르렀네.. 새삼 감회가 새로움을 느끼... 며, 전날 운동으로 인해 피로가 극심함도 또한 느끼며, 술에 취한 듯 잠에 취하고 있었으니, 그때 D데이 아침이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이 안 나려던 찰나에 카페 사장님께서 알람 울리듯 말씀하셨으니,


“노아~ 1시쯤 오세요~ 그리고 정확한 순서가 오셔서 앉아계시면, 제가 가계 정돈 후 영상 틀고, 신청 완료 후 프로포즈 & 꽃다발인데 제가 촬영 들어가는 타이밍이 영상 시청 끝날 때쯤이 좋겠죠? 수정사항 있으면 알려주세요~”


그 DM에 순간, 아? 오늘이 프로포즈날이었구나를 느끼며? ㅋㅋ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미 머릿속에서 상당히 많이 시뮬레이션을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저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생각보다, 부담감과 압박감, 긴장감이 어마어마했었..


어려울 건 없다! 그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거!!! 카페에 밤 8시쯤 카페 가기로 사장님과 협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나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다행히, 2주년이라 시간을 끌만한 요소들은 많았으나, 극적 효과를 위해서는 빅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까지 최대한 안 좋은 상황을 발생시켜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빅 이벤트를 겪을 때, 감동이 배가 되는 법이니~ (크흐흐흐흐~~ 이런 멋진 신랑을 보게?? 신디, 보고 있나? ㅋㅋ)


1시쯤, 카페에 들러서 준비했던 꽃다발과 반지를 맡기고. 나는 다시 신디를 만나, 평범한 데이트를 하였다. 영화 보고, 전시회 보고~ 순대국밥 먹고~ 그저 평. 범. 한 일상적인 데이트~~~ 물론, 2주년에 말이다. 그래서일까? 신디가 내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듯하지 않은가?


‘뭐 잊은 거 없니? 서프라이즈가 있어야 할 거야, 내 기분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거든?’


들리는가? 분노가 빌드업되는 소리가? 보이는가? 삐짐이 눈 한가득 퍼져 시베리아 강추위를 불어올 정도의 혹독한 겨울을 한여름에 자아내고 있는 모습을? 엘사? 어서, 마법을 깨 줘요~ 제발~


얼마나, 눈치가 보이면서도 속으로 웃겼는지~ 신디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두뇌 전두엽에서부터 느껴지는 짜릿함과 행복이~~ 와 정말~~~ 이 맛이 바로 서프라이즈인 건가.. 싶었달까? 그러다가 신디가 못 참았던지, 넌지시 말을 하였으니.


“노아, 근데 말이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오늘?? 아, 2주년? 그거 그냥 넘어가자~”


고수는 알라바이를 말하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법! 오히려 당당하게 피하지 않음으로써, 적을 당황케 하여 역습을 가한다!!! 그러나, 신디가 그런 내 허를 찔렀으니.


“아닌데? 뭔가 전처럼, 서프라이즈가 있을 거 같은데? 나 오늘 계속 기다릴 거야~”


그 말에 순간 헉하긴 했으나, 나는 놀람을 숨긴 채 말했다.


“아냐~ 기다리지 마~ 나 진짜로 하나도 준비 못했어. 알잖아.. 여유 없는 거, 요새..”


그런 내 말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은 채 미소 지었던 그녀의 얼굴이 날이 어두워지고 하루의 끝이 가까워질 무렵이 되면서부터 굳어지기 시작하고 있었고.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함이 보였다. 물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몰래 웃음 참느라 죽는줄 알았고~


그래도 2주년이라고 나에게 비싼 티셔츠를 사주는 그녀였는데, 그 모습에 미안함이 살짝 들었다. 그러나, 거의 한 달을 준비한 프로포즈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때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 고 스스로를 되뇌며 8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프라이즈의 길이란 이런 것이니!!


그리고 8시!! 이제, 카페로 가려할 때, 그때 카페 사장님이 보낸 DM..


“노아~~~!!! 8시 20분쯤 오세요~~!!!”


네? 뭐라고요? 왜 그러세요? 설마? 아니죠? 변수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20분을 어떻게 때우지? 란 생각으로 신디를 잠시 본 나. 입이 잔뜩 나온 채, 눈물이 글썽이고 있고. 그런데, 시간은 때워야 하고.. 아,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트위스트 추면서~~


2주년인데, 집에 안 가고 계속 시간을 끈다? 아니, 이거는 쥔쫘!!! 눈치 안채는 게 이상하다!!! 싶어서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신디 눈치를 살피면서 거리를 서성거리며 시간 때우는 내내, 이상하리만큼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신디였다..? 아, 하늘이 도운 건가?? 운동 때문에 내가 힘든 거라고만 믿고 있었다. 아니면, 약간 의심을 했던 건가...?? 너무나 실망이 큰 나머지, 눈치마저도 증발해버린 걸까? 아무튼, 신디로부터 전혀 의심을 받지 않은 채 시간을 때워 8시 20분에 카페에 도착!


카페에 도착했던 우리 눈앞에 보인건, 4명 정도 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카페 사장님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으신 모습이었다. 여기서 2차 충격과 당황스러움을 느낀 나였다. 순간 카페 다른 사장님을 본 나..


‘뭐예요?? 무슨 상황이에요??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러세요??’


시간이 가도, 무슨 액션이 없자 머릿속에선 진짜 많은 생각들이 스쳤었다. 원망과 의심, 불안 등의 감정들이 밀려오고. 몹시 초조했었다.. 오늘 프로포즈 못하는 거 아니야? 란 생각마저 들었달까?

그런데, 9시에 가까워오자, 그 사람들 모두 떠나고. 그때 사장님께서 카페 문을 Closed로 하시길래, 아! 시작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아 사장님...


사장님께서 TV에 영상을 키는 과정에서, 내 모습의 영상이 잠깐 노출된 게 아닌가!!! 그 영상을 본 신디가 웃으며,


“어? 자기 얼굴~~ 티비에 나온다~~~”


아, 솨장님!!!! 진짜!!!! 왜 그러세요, 저한테~~~~


울고 싶었다. 지금 내 눈에서 흐르는 건 눈물. 오늘 당신의 눈에서 흐르는 건 잿물! 재를 사방팔방 뿌려서 망해버린 내 프로포즈 뿐~~~~ 예이~~~ 예~~ 망한 건가?? 왜 이렇게 어설프신 거에욧!! 그런데, 당황해하지 마라!! 당황해하는 순간, 이 프로포즈는 진짜 망하는 거야! 이럴 때일수록 정신 차려해!! 이런 상황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나에게는 어떠한 변수가 있더라도, 모면 가능한 화술이 있다!!

이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나, 사장님하고 친하잖아~~ 자기가 미국 출장 가있는 동안, 혼자 카페 가서 많이 대화 나누고 그러다가 찍었던 거야~~”라고 부랴부랴 말하며, 사장님의 눈과 내 눈이 잠시 스치듯 지나갔다고 한다. 찰나에 교차되는, 상반된 둘의 눈빛. 거침없이 벌처럼 쏘아대는 눈초리와 독침에 맞아 밀리세컨드마다 시선을 잃은채 흔들리는 눈동자. 그리고 이 미세한 신경전을 모른 채 그저 해맑게 웃고 있는 단 한 사람.


신디가 눈치가 없... 는..편..인가? 다.. 행인 건가? 어쨌든 여기까지도 신디는 전혀 모르는 느낌이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는 사장님을 보며,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제발~~~ 요~~~ 사장님~~ 부탁드려요~~’


이런 내 메시지를 읽으셨던지, 사장님께서 바로 다른 영상으로 전환하셨으니, 사장님과 약속한 영상이 시작되었다.


“노아, 제가 단편 애니메이션 영상을 틀 거예요. 이 영상이 끝날 때 바로 노아가 준비한 영상이 나올 거예요~”

그리고, 그 영상이 끝나자마자 바로 내 영상 메시지의 시작과 함께 신디가 놀란 채, 그 영상을 보고 있었다.

...

지난 2년 신디와 울고 웃으며 보내오면서 비로소 알게 되더라고요. 신디랑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함께 살고 싶은 사실을요. 당신을 그리며 눈물 삼키던 신디를 안아주며 막연하게나마 느꼈던 제 마음을 이제야 뚜렷이 깨닫게 된 거 같아요.


내 옆에서 영상을 보는 신디를 바라보았다. 신디의 눈에는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그 손을 꼭 잡아주었다. 처음 만난 그때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울던 그녀를 안으며 “영원히 지켜줄게”라고 약속하던 그때처럼, 작은 손을 꼭 잡으며. 꼭 잡은 그 손과 함께 영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당신이 남겨두신 꽃은 잘 간직하며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같아 나아가겠습니다..

...

신디. 자기에 대한 말은 지금 이 영상 끝나고 바로 이어할게.


마지막 대사와 함께, 나는 반지를 꺼내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그녀에게 반지를 건넸다.

“신디, 나와 결혼해 줄래?”


신디는 눈물을 흘리며, 수줍게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건넨 반지는 그녀의 손으로. 그와 함께 이어지는 꽃다발. 이윽고 쏟아지는 찬사와 축복의 소리~


“축하해요~~ 노아~~ 신디!!!”


그렇게 우리의 밤은 불멸이 되고, 그렇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한 장의 컷으로 가득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신디를 안은 채 내 머릿속에서 든 생각.


이야, 나 멋있었다~~

...

그런데, 이제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그렇다. 이 프로포즈는 예고편이었으니, 결혼의 과정이 멀고도 머나먼 여정임을 이날의 우리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혹독하고도 혹독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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