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by 노아
“노아~ 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해~ 선하고 옳은 길 말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로 가도록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할 거야~”

세상이 악으로 가득할지라도, 정의가 저마다의 논리로 희석되고 해석되면서 이분법적으로 세상이 갈라져 싸우던 시절. 나는 그 시대를 방관과 외면으로만 대해왔었고, 민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선함을 전파하려 했었다. 학창 시절, 따돌림과 배신 속에서 살아왔던 나에게 그가 보여준 메시지는 가식으로 느껴졌었다. 오로지 반감으로 작용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늘 그에게 보여주었던 내 메시지는 의심과 분노였다.


“그래~ 알겠는데~ 난 관심 없어~ ”


그런 내 태도에 매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었다.


“괜찮아~ 시간이 언제든 걸리더라도, 끝내 길이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어~ 각자 생각하는 바는 다르니까. 그리고 노아~ 용서해야 해~ 따돌림 관련, 네 상처는 알겠지만.. 그들을 용서해야 해~”


"용서..라고? 나에게 했던 행위조차 기억 안난다는 그들을?"


그런 그의 메시지는 그때의 나에게는 그저 추상적이었었고, 이상이었으며 판타지였었다. 그리고 그의 메시지가 당시 내 자유를 구속하고 통제하는 느낌이 들었기에.. 난 언제나 그런 그를 무시해 왔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있을수록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그에게 미안함을 느껴왔었다.


그 후, 대학 졸업과 함께 연락이 끊기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로부터 연락이 왔으니~


“노아~ 생일 축하한다~
언제 한번 밥 먹자~ 생일선물로 사줄게~ ”

마침, 주말에 신디가 출장을 갔기 때문에 주말에 시간이 있었던 나.


“내가 사야 하는데.. ㅠㅠ 일단 3월 둘째 주까진 많이 바쁠 듯하니 토욜 점심?”


“겁나 바쁜 척하네~ ㅋㅋㅋ 알았어~ 그러면 다음 주 토요일 점심 어때?”


“담주 토욜? 3월 1일?”


이에 민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이번 주잖아! 친구야~ 정신 어디 갔어? ㅋㅋㅋㅋㅋ”


그리고 약속 당일. 한때 그와 함께 했던 성남 어느 곳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토요일 점심, 그곳으로 갔던 나. 거의 한 5년 만에 온 거였던가? 내가 민과 함께 했던 곳.. 그곳 이곳저곳을 걸어보았다. 그와 함께 꿈과 청춘을 논하곤 했었던 식당과 카페, 거리들.. 그러나, 그새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대지 위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있었고. 언제나 정겨웠던 이웃들이 가득했던 시장 위에는 콘크리트로 뒤덮인 상가 빌딩들이 들어서 있었다. 한편으로는 아직 예전 그대로인 상가 건물들도 있었는데, 그 광경이 조금 언밸런스하다는 느낌도 들었었다. 마치 마천루를 연상시키는 듯한 최첨단 도시와 아직은 20세기에 머물러있는 상가 건물들의 조합.. 이 상반된 모습의 공간감이 주는 이미지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겨있었을 때쯤, 그가 나에게 손짓을 했으니~

“노아~ 오랜만이다~ 너는 언제나 그대로구나? 언제나 그대로~ 둔해~ 내가 온 줄도 모르고? ㅋㅋ”


이윽고 식당에 들어선 우리는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었다.


“아니, 그때 너 말이야~ 나한테 한국사 실컷 가르쳤으면서 너는 B 맞았고 난 A 맞았던 거 기억나냐?”


“얼마나 살신성인이야~ 나를 희생해서 네 점수를 올린 내 우정이? 존경스럽지 않니?”


그렇게 웃고 떠들던 순간. 그리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그가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노아~ 너, 직업이 뭐라고 했지?”


“개발자지~”


민은 차를 마시다가 내려놓으며 나를 보며 말했다.


“개발자라.. IT업계에 종사한다면, 돈은 버는데.. 그 돈을 보통 어떻게 관리할까? 너는 어떻게 관리하니? 재테크 말이야!”


“응? 재테크? 그냥 저축하지~”


“우리 어른들 시대에서는 저축으로만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어~ 예금 이자율이 높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냥 없느니만 못한 수준이야. 저축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어, 노아~ 배분을 해서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마침 말이야!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이런 보험 상품이 있어~”

이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돈의 흐름을 좇아야 해. 돈이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흘러가는지. 우리가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그의 눈빛과 한 가지를 향해 말을 맞추는 그의 언변에 1퍼센트의 주저함도 하자도 없었다. 집요하면서도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지는 그의 태도는 한 마리의 맹수와도 같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많이 변했구나.. 친구야..

오늘 난 한때 서로의 꿈을 얘기했던 친구를 보러 왔던 거야..’


대학 시절의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노아~ 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해~ 선하고 옳은 길 말이야~”


순수하고도 뚜렷한 주관으로 세상에 다짐했던 그의 신념과 꿈. 그런 그의 생각을 이상적으로 생각했었고, 그렇기에 믿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러 해를 거쳐서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의 행보에 나는 그래도 조금은 흔들렸었다. 아스팔트 틈 사이로 피어난 꽃일지라도, 수많은 차와 매연들에 꺾이지 않고 살아나 망각된 대지를 초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란 게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라고 조금은 흔들렸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그의 그런 이상과 조금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 선하고도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리고 나는 민을 다시 보았다. 지금 그의 눈빛이 뚜렷하고도 빛났던 순간은 돈과 관련한 얘기를 할 때뿐이었었다. 그 이외에 얘기를 했던 순간에는 총기를 잃고 지루함으로 가득한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너는 지금 무엇을 쫒고,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로 가도록 하기 위해”


‘그런데 그거 아니? 네가 가고자 하는 길에 더 이상 나는 없는 거 같다..’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할 거야~”


‘네가 말하는 네 길에 나는 더 이상 없는 거 같다..’


나는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는 단호히 헤어졌다. 꿈과 사랑, 젊음이 있었던 우리의 자리는 짓뭉개지고, 그 위에는 하늘을 향해 질주하는 듯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있었다. 한때 우리들의 이야기가 닿았던 거리에는 녹슨 세월의 흔적들이 노후화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 동네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 세상을 사는데 돈은 중요하다. 현실적인 요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의 노예는 되기 싫다.


나중에 어느 정도 입지나 위치가 안정적일 때 그때 이루자고 할 수는 있으나 그때가 되면, 지금 내가 꾸고 있는 꿈과 그때의 내가 꾸고 있을 꿈이 같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사회적인 성공과 출세를 위해 변해버린 또 하나의 괴물이 되어있지는 않을까..


꿈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해 돈을 좇는 괴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꿈을 쫓아 현실을 외면하는 피터팬이 될 것인가? 그 두 가지만 선택지가 있는 걸까? 결혼이란 현실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며, 결혼 준비를 하면서 돈의 소중함과 함께 현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아닌가.. 동시에 꿈이 점점 흐려지는 듯한 느낌도 들지 않은가..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내가 민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어떠한가..


나는

지금, 예전과 같은 마음일까?

아니면 다른 마음일까..


생각에 잠긴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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