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노아와 신디

by 노아

“노아~ 거기에서 보는거다~”


다음 내가 향한 목적지는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이라 불리는 H시티였다. 때는 네이버 지도로 한창 매매로 올라온 매물들을 검색하면서 한창 부동산 공부를 했을 때였다. 서울의 모든 구, 그 구에서 어느 지역에 있는 아파트 한 곳 한 곳 시세를 확인할 때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이질감과 소외감을 잔뜩 느끼고 있었다. 진짜 우리가 살 곳이 단 한곳도 없었다..


“신디.. 우리.. 어디서 살아야 하니?”


부모님의 지원은 필수로 받고, 은행의 도움 또한 필수로 받아야 했지만, 그걸로도 심히 부족한 금액이었으니.. 정말이지 돈.. 돈... 돈이 문제였다. 아버지께서는 늘 말씀하셨었다..


“아들아.. 내가 지금 돌이켜보니.. 예전, 서울 성수나 그쪽 시세가 3억 그정도 했었을 때, 아파트를 샀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네.. 그때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그렇게 차이가 없었거든.. ”


아.. 아버지..


정말이지, 찰나의 시간에 서울을 비롯해 경기권 모든 아파트들의 시세는 상상 이상으로 치솟았으니. 몇십억이 기본값이었는데, 몇십억은커녕, 억 조차도 가져본 적 없는 우리로서는 그저 판타지 같은 말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자!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 집은 있으리라!


신디와 내가 굳은 결심을 하고, 임장하기로 선택한 첫 번째 장소는 H시티였다. 그곳에 살만큼 돈이 있냐? 전혀~ 택도 없다~ 다만, 궁금했었다. 내가 자취를 하고 있었을 시절, 주말마다 산책을 하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H시티를 보곤 했었다. 수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마치 마천루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있었고. 그 앞에 거대한 입구가 그 거대하고도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으니. 그 모습이 특권층들의 요새 같다는 인상을 주었었다. 그래서,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언젠가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저기서 살아야지’라고 늘 다짐을 했었는데, 당장의 나로서는 다시 태어나도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불가능의 영역이니 이왕 그 지역을 떠나게 된 이상 임장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임장 결정! 근처 부동산에 들른 신디와 나. 부동산에 들르기 전에 신디와 나는 서로 말을 맞추었다.

“신디, 부동산에 가기 전에! 우리끼리 말을 맞추자! 나는 잘나가는 상류층 자제야~ 자기는 상류층에 상속자고! 부자 부모님을 둔 상류층 예비 부부라는 컨셉을 잊지 마~~~”


이에 신디는 웃으면서 말했다.


“자기야말로~ 잊지 마~~!!”


그리고 입장!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직원분이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어서오세요~ 집 보러 오셨어요?”


그리고 바로 상담에 들어간 우리. 직원분이 웃으면서 우리의 금전적 사정을 확인하려는 듯 탐색전을 들어가시자 나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곧 결혼하는데요~ 신혼집으로 살려고 생각중이에요~ 당연히 전세, 생각하고 있구요~”


“본격적으로 상담 드리기 전에, 신랑 신부님께서 생각하시는 예산대가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H시티이다보니..”


H시티임을 내세우며 급차가워지는 그녀의 음성과 태도. 그 냉기에 긴장감이 멤도는 사무실이었으나, 한때 연기를 꿈꿨던 배우 지망생으로서 전혀 쫄지 않은 나였다. 쫄리면, 바로 아웃! 실패다! 긴장하지 말자! 난 노아야! 나는 상속자다, 구준표이고 김신이며 김탄이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 채, 그들에 빙의되려는 마음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하하~ 요즘 2030세대들이 돈이 어딨어요~ 다 부모님 지원으로 사는 거 아니겠어요? 전적으로 부모님 지원으로 살 생각이에요~ 저희 부모님이 걱정말라고 하셔서요~”


부.모.님 지원이란 그 한마디에 갑자기 표정이 바뀌신 직원 분은 태도가 달라지셨으니, 응대 자체가 달라지셨다. 이에, 사무실을 가득 울리는 타자 소리와 함께 그분께서 매물 여러 곳을 찾아주시는 걸 넘어서 바로 임장할 수 있는 한 곳을 알아봐주셨다.


“전세로 나온 한 곳이 있는데요.. 지금 임장할 수 있으세요. 한번 가보실까요?”


와, 이렇게나 빨리? 이렇게나 태도가 바뀐다고? 놀라면서도 약간은 씁쓸한 눈빛으로 신디를 본 나. 신디도 마찬가지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윽고, 직원 분의 안내와 함께 시작되는 H단지 투어.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H단지 그 안에 들어선 우리. 수많은 아파트 빌딩들 안에 형성되어있는 거대한 공원을 거닐면서, 그녀는 많은 설명을 하였다.


“지금 저희들이 보실 매물은 15평이구요~ 매도인 분께서 생애 최초 대출로 사셨다고 해요~ 매도인 분께서는 젊은 분이시구, ~~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갭투자 목적으로 사셨다고 하구요~”

아.. 갭투자요?


생애 최초 대출로 이 집을 살 수 있.. 어요? 거의 나랑 동갑인 나이대의 사람이 몇십억이나 되는 아파트를 샀다는 것도 놀랐는데다 실거주가 아닌, 갭투자 목적으로 샀다는 데에서 뭔가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마음을 제쳐두고, 단지 자체만으로 봤을때는 상당히 컸다. 매물 한 곳 가는데만 10분 정도 걸었을까? 높은 빌딩 높이에, 각각의 입구마다 스마트한 보안 장치가 있었는데, 그 장치들로부터 뭔가 프라이빗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 개인적으로는 그 프라이빗함이 곳곳에서 느껴질수록 뭔가 답답하면서도 삭막하게 느껴졌다. 그토록 꿈에 그렸던 곳이었는데, 막상 오니 콘크리트에서 느껴지는 딱딱함과 차가움 이외에 그 어떠한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한기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매물에 도착한 우리.


직원분이 문을 엶과 동시에 우린 안으로 들어서자, 적당한 넓이의 거실에 부엌이 있었고. 베란다와 그 너머에는 공기 한 공간 한 공간을 가득 메운 아파트 건물들만이 보이는 뷰가 펼쳐져 있었다. 거실, 부엌, 안방과 화장실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본 나와 신디. 특히, 나는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뷰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아파트 건물들이 푸른 하늘과 대지, 초원을 가리고 있었고. 그 위에서 걷고 있을 사람들, 그 숨결 모두 가리고 있었다. 오로지 보이는 건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던 건물들, 그들이 이루고 있는 대단지 뿐이었다. 그 광경에 마치 이곳이 닭장 우리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니.


이건,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 아니었다..


그 이후에는 H단지만의 시설들을 가보았으니. 직원분의 리드하에 그 시설들을 투어할 수 있었다.

“H단지에는 헬스장, 식당 등 여러 편의 시설들이 있는데요. 입주민들만을 위해 캐리어나 이런 귀중품들을 따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한번 가보실래요?”


“무슨.. 창고 같은 건가요??”


“창고..라.. 비슷할 수는 있겠네요?? 약간 개인 금고와도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될거 같아요~”


지하로 내려간 우리는 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 통로에 길게 늘어서있는 헬스장, 식당 한곳 한곳을 스쳐지나갔다.


“죄송해요~ 입주민들만 들어갈 수 있어서, 내부까지는 안내해드릴 수 없네요..”


그런데, 너무 기대가 컸을까? 생각보다 그 크기는 거대한 단지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으며, 조금 빈약해보였다. 막상 입주해서 이용해보면, 다르겠지만 외관상 내가 보기에는 그러했다.

전체적으로 내가 느낀 H단지는 이러했다.


프라이빗하면서도 세상과 분리된, 또하나의 소세계. 그 세계 속에서 모든걸 할수 있는 올인원.
그리고 최적의 입지와 마치 특권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편의시설에 복지들. 그러나 그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따스함과 안락함은 없었다.

답답했으며 공허했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뿜어내는 입김과 소음에서 느껴지는 따스함. 다양한 냄새와 개성이 융합되어 만들어내는 편안함.
이 모든 것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안락함. 그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콘크리트와 삭막함, 공허함만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꿈꿨던 걸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그러나 적어도 한가지는 분명했다.

내가 어떤 동네를 원하는지..


적어도 나와 신디가 사는 동네는 적당한 접근성에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러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삭막함이나 공허함, 외로움은 느껴지지 않았으면 싶고.. 콘크리트와 향수 냄새가 가득 풍겨지는 곳이 아니라, 적당한 사람들의 입김과 소음, 냄새가 나는 그러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을 가지며, 다음 우리 집이 될 후보지를 또다시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우리 집이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취향을 알게 되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음 후보지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시즌1 종료..

to be continued..


p.s. 시즌2는 2월 19일부터 다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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