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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Feb 03. 2022

할머니와 이명(耳鳴)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 #서로 소통하는 입자들


귀에서 갑자기 "삐~~~"하고 소리가 난다.

할머니는 "나하고 한날, 한시에 태어난 누군가가 죽었다는 신호란다."라고 하셨다.

어린 나는 그 말씀이 참 신기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줄로 그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대로 믿었다.


이 세상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분명히 나하고 같은 시각에 

엄마 몸에서 빠져나와 울음을 터뜨린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을 넘어 동물과 생명 있는 모든 것들로 범위가 넓어지면,

태어나고 소멸하는 것이 온 세상에서 쉴 틈 없이 매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일진대, 

나와 동시에 태어나거나 소멸하는 인연이 어찌 없을 것인가.

그 태어나고 소멸하는 모든 것의 범위가  이 세상을 넘어 우주로 확장되면 또 어떠할까?

모든 생명들이 보이지 않는 전파망으로 연결되어 스스로도 알지 못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종교와 철학과 과학적 탐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음이 사실.

예전에는 밤하늘의 별이 하나 떨어지면 "아, 오늘 누가 또 한 사람 생을 마감했구나." 했었다. 

별똥별이 유난히 많이 떨어질 때에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 나의 생명도 어느 별과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


얼마 전 읽은 책에서 그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양자의 얽힘'이라는 개념을 통해

아무리 먼 우주에 있는 작은 입자라고 해도 서로 짝을 이루는 입자와 소통하며 

한쪽이 변화하면 다른 한쪽도 같이 동조하여 변한다고 했다.

그는 그것을 '귀신같은 원격작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렇게 입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신비스러운 소통을 하며 

우주 모든 것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이론이 사실이라면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나와 연결된 그 어떤 존재의 변화가 

나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어느 시각에 갑자기 귓속에서 들려오는 "삐~~"하는 신호.

그것이 지금의 의학에서는 신체의 이상신호라는 분석이지만 

나는 할머니의 얘기와 같이 정말 그러한 신호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어디에서 들으셨던 것일까?

과학이니, 우주니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너무 먼 얘기 같았을 그 옛 시절에. 

그것 역시도 참 신기한 일이다.

요즘도 가끔씩 "삐~~"하는 이명이 들리면 나와 연결된 그 어느 존재에 대해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이 세상과 온 우주를 촘촘히 연결하고 있는 그물망에서 

나 혼자, 나만의 생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오늘도 시공을 초월해서 나와 같이 변화하며 생을 같이 하는 

그 어떤 존재가 있다는 믿음으로 나의 삶은 조금 진중해지고 겸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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