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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Nov 11. 2021

떡갈 고무나무

 #생명력 #고무나무 가지치기


동생이 집들이 선물로 사들고 온 떡갈고무나무.

3년이 지나자 키가 훌쩍 커 족히 2미터는 넘는 것 같다.

그냥 놔두면 동화 속 요술 콩나무처럼 천정을 뚫고 올라갈 듯해서 

서툰 가지치기를 했다.


무엇이든 상처 내는 데는 마음이 편치 않아 꽃꽂이도 싫어하던 성격이라

씩씩하게 자라 올라가는 나무의 새순 자리를 자르려고 가위를 들이대니 

손끝이 저리며 마음이 영 불편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 나무를 위한 일이라 위안하면서 끝을 자르니 하얗고, 진한 나무 피가 흐른다.

얼른 지혈을 하고 붕대를 감고 잘라진 끝가지를 화분 한구석 흙을 파고 묻는다.

잘린 가지의 큰 잎 세장이 기둥 옆에 꼭 새로 솟아난 것처럼 조화를 이룬다.

며칠이나 가려나?

저렇게 심어 놓으면 정말 뿌리가 내릴까? 새순이 잘린 자리는 어떻게 될까?


여러 날이 지나도 새순이 잘린 자리는 그대로 잠잠하고,

화분 구석 심어진 잘린 가지 세개도 시들지도 않고 그대로이다.

물을 열심히 준다.

동향으로 난 거실은 해가 빨리 지나가고, 통풍이 잘되는 구조도 아니어서 

화초며, 식물을 키우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잘 자라 주던 떡갈고무나무.

고마운 식구이기도 하다.


몇 달이 흘러 떡갈 고무나무 수술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화분 한구석에 심어진 채 꿋꿋이 버티고 있는 잘린 가지에도 신기함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창밖에 봄이 찾아올 무렵 불현듯 키가 더 커진 듯해 들여다본 

떡갈 고무나무의 수술 자리.

어머나 세상에!

그 자리에는 새 이파리들이 쌍 가지를 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다!

세 줄기였던 가지가 이제 여섯 줄기로 늘어난 것이네.

게다가 화분 구석에 꽂아 놓았던 잘린 가지에서도 뿌리가 자라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참으로 생명력이란 신비하다.

무참히 잘려도 그 자리에서 새로 싹을 피우고, 

더 강하고 더 많이 번식하기 위해 곁가지까지 나오다니.

모든 생명들이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기를 쓰고 있음을 깨닫고는 있었지만

바로 거실의 화분에서 그 증표를 보고 나니 마음속에 전율이 흐른다.


이제 이 아이를 어쩌나? 너무 많이 컸는데,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고...

다시 가지 치기를 해서 뿌리를 내려 화분을 여러 개로  만들어야 하나,

꼭 다 큰 아이를 독립을 시켜야 하나, 더 곁에 두어야 하나 하는 것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알 바 없다는 듯 매일같이 푸르름이 더해가는 창밖의 가로수들과 어울려

강한 생명력으로 씩씩하게 자라 주는 떡갈 고무나무.

참 고맙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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