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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Nov 11. 2021

입맛

#남편의 입맛 #주부#스트레스


"우이 씨~"

속에서 화가 쑥 올라온다. 

볶음밥을 하면서 굴소스를 한 숟가락 넣는데 살짝 많이 쏟아졌다. 아주 살짝.

남편의 혀는 기가 막히게 그것을 알아챈다.


"짜!"

아직 식탁에 앉기 전 등 뒤로 부딪히는 한마디.

아우, 참 귀신같은 입맛이다. 

딱 한 방울 더 들어간 소스의 간을 어떻게 저리도 정확히 알아버리지?


수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아직 맞추지 못한 입맛이다.

처음부터 시댁의 음식은 내 입엔 싱거웠고,  친정집 음식은 남편 입엔 간이 셌었다.

예전에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여행 가서 음식을 해도 잘한다, 맛있다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결혼 후로는 짜다, 간이 세다, 짜게 먹으면 혈압 높아진다, 등등 타박을 많이 듣는다.

솜씨 좋으신 시어머니의 음식에 길들은 남편의 입맛 때문이리라.


돌아가신 친정 엄마도 음식 솜씨가 좋으셨다. 

이웃에 살던 사촌 언니들도 엄마의 손맛을 부러워했었고.

그 엄마의 밥을 먹고 자란 내 음식 맛이 짜다고? 

흥! 자기 엄마 음식 솜씨가  최고인양 알고 있는 남편 혀가 맘에 안 든다.

어쨌든, 싱거운 음식에 길든 사람한테 맞추기로 한다.


그런데,

사람의 습이라는 게, 음식 맛도 습일 텐데, 참 바꿔지기가  어려운가 보다.

수십 년을 같이 살며 먹고, 마시고 했는데도 조금만 방심을 하면 금세 칼같이 평가가 들어온다.

참 그 혀는 기가 막히게 예민하구나! 

속에서 굴비두름 끌어올리듯 주루루 따라 올라오는 것이 있다.

같이 산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음식 간 때문에 수시로 마음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다.

그렇게도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 입맛뿐이 아니지만,

부모님 하고 같이 산 시간보다 나하고 산 시간이 더 긴데도 불구하고 

왜 입맛처럼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들은 바꿔지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거꾸로 보면 내 습관도 안 바뀐다는 뜻인가...

에고,

언제쯤이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척척 만들어서 

눈치 안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을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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