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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May 07. 2022

너무 많이 갖고 살아

소박한 삶이 자유로운 삶

#소박한 삶 #자유로운 삶 #모든 게 흔해


새로운 빛깔의 텀블러가 식탁에 놓여 있다.

얼마 전에 쓰지 않는 보온병들과 물병들을 한바탕 정리하고 다시는 사지 말자고 했는데 

딸아이가 또 새로운 식구를 데려왔다.

사실 사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품목이 보온병과 물병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했더니 

여기저기서 오래 사용 가능한 물병, 컵, 텀블러 등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뿐인가, 비닐 쇼핑백 사용을 줄이자고 친환경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했더니

보는 사람마다 알록달록 가볍고 예쁜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하나씩 준다.

이미 갖고 있다고 해도 부득부득 건네줘  받아온 것이 벌써 여러 개.

그저 두어 개 있으면 되는 것을 여러 개 받아 쟁여 놓으니 그것도 편치 않다.

어디 텀블러와 장바구니뿐인가. 

무엇이 들었는지 꽉 찬 냉동고, 사계절 옷으로 잘 닫히지 않는 옷장,

주방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전제품과 집기들 또 가구들...

왜 이렇게 우리는 모든 게 흔하고 넘치는 것일까?


가만히 하루하루의 생활을 지켜보면, 

매일 같이 먹고, 입고, 쓰고, 사용하는 것들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

젊고 활동적인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더욱 사용되는 물건의 종류가 많지 않고,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으로도 충족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갖고 있는 것들의 무게가 점점 어깨를 누른다.

정말 가볍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은 갑작스러운 코로나 시절을 겪고 보니 더욱 확고해진다.

자연을 누리기만 했지 돌보지 않은 탓에 맞은 큰 재앙, 

그 재앙 앞에 사람이란 존재가 하루살이와 같아진 마당에

많이 갖고, 많이 누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오래전 읽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의 월든(Walden)이 생각난다.

사람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것을 산출, 

아주 기초적인 생활을 실험했던 그의 기록.

2년여 동안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살면서 기록한 그의 삶은

내게 아주 큰 감동을 주었다.

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깊이 새겨져 있다면 비싼 옷과 좋은 음식, 

호화로운 잠자리가 삶에서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많이 가짐으로 고통받는 유명한 재벌가 2세, 3세를 늘 보고 있는데.

그럼에도 많은 소유에 정신적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심리적 불안감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월든 호수가 오두막에서의 데이비드 소로우의 삶,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며, 사색했던 그의 모든 기록은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호수와 숲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함께 

자연의 일부였던 그의 삶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월든 호수 주변이 고급 휴양지로 탈바꿈해서 

그 시절의 자연스러운 풍광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또 시대도 바뀌어 그와 같은 삶을 흉내 내 볼 수도 없는 일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아주 작은 삶을 살면서 큰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신문에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사는 한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대학교 때 옷 걸어 놓은 헹거가 무너진 것에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다는 작가.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정리해서 살림살이가 트렁크 몇 개로 단출해지니 

모든 것으로부터 가볍게 떠날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그렇게 사고를 전환해 

벌써 10년 넘게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싶고 부럽기도 하다.


이제라도 더 비워서 단출하고 소박하게 살아야겠다.

월든의 소로우처럼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그 흐름에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삶.

오늘도 나는 춥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 않다.

그것으로 충족함을 느낄 수 있다면 

삶이 아주 가볍고 또 자유로우며 깊은 행복감이 찾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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