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삶 #끊임없는 삶 #되풀이되는 삶 #살아야만 하는 삶
하늘을 덮을 듯 자란 가로수들이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막아 그늘을 만든다.
한낮의 열기 속이라도 그늘 속으로는 천천히 걸을 만하다.
"쏴~~"하고 불어오는 강한 바람 소리처럼 매미 울음소리가 귀를 찌른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신기하게도 여름 열기 속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낙비 같은 느낌을 준다.
무심히 가로수 이파리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보며 걷다가 소스라쳐 놀란다.
여기저기 너무도 많은 매미의 주검이 떨어져 있다.
말라서 쪼그라든 매미 사체, 죽은 지 얼마 안 된 듯 보이는 매미,
어떤 놈은 배를 뒤집고 날개를 부르르 떨며 마지막 생명의 몸짓을 보낸다.
삶의 목적을 다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매미들.
전에는 이렇게 많은 매미와 그 죽음을 본 적이 없다.
아직 나무에 앉아 큰 소리로 짝을 부르는 많은 동료를 떠나
그들은 몸을 벗어 버리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또 한 번의 탈피를 하고 이제는 진정 자유로워진 것일까?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수공원이 있어
호수 주변으로 조성된 둘레길의 오래된 나무들과
길옆의 가로수들은 매미들의 여름 안식처가 된다.
때문에 여름 산책길엔 그들의 삶과 함께 주검도 많이 접하게 된다.
우리가 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미의 삶이란
그것의 삶 전체에서 겨우 열흘 남짓 정도라고 한다.
매미가 알을 나무껍질 속에 낳아 놓으면
그 알들은 약 열 달 정도 자라다가 애벌레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땅속으로 들어가 애벌레로 거의 6년 정도 있다가 나무 위로 올라와 탈피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맴맴 매미로 사는 기간은 7일에서 20일, 길어야 한 달 정도,
대개는 약 10일 정도 살면 수명을 다한다고 한다.
7년의 매미 일생에서 약 10일의 나무 위 시간.
그 시간에 매미는 오로지 번식을 위해 목청을 높여 울다가 삶을 다하는 것이다.
아마도 굵은 나무껍질 안에는 그들이 낳아 놓은 알들이
또 되풀이될 삶을 위해 다시금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긴 삶에서 찰나의 순간만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는 매미의 삶.
그와 다르지 않은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의 일생.
나는 어느 모습의 긴 삶을 지나 지금의 이 모습으로 잠시 잠깐 피어 있는 것일까...
주어진 시간이 다하는 동안 삶을 완성하려 소리 높여 우는 매미들처럼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들이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음을 깊이 느끼는 여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