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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Jul 13. 2023

딸의 걱정

#환경문제가 자식문제 #결혼이 힘든 또 하나의 이유 #건강한 삶이 필요해


아직 결혼 상대도 없는 딸이 어느 날 친구들을 만나고 오더니 

“엄마, 결혼하기가 너무 겁나.”라며 큰 눈을 껌벅 거린다.

나는 경제적인 셈을 먼저 했는데 딸은 뜻밖에도

“기형아를 낳으면 어떡해?”한다.


딸의 말은 친구들과 얘기한 환경과 먹거리에 영향을 받는 

젊은 세대의 건강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흉허물 없이 지내온 딸의 친구들, 

30이 코앞이지만 아직 미혼인 그녀들은 만나면 모든 걱정들을 서로 풀어놓곤 한다.

그 얘기 보따리가 엄마에게까지 모두 전해지진 않지만, 이번에는 사뭇 진지하다.

아직 젊은 아가씨들인데도 이런저런 사소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고 

게다가 그것이 여성들만의 질환인 경우가 종종 발견되니

자신들 스스로도 걱정이 큰가 보다.


딸의 얘기를 듣다 보니 요즘 젊은 세대는 나의 젊은 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걱정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풍요롭고 안락한 생활을 하는 것 같은 데 

사실 들여다보면 거꾸로 부족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삶인 듯하다.

우리 세대가 어디 결혼도 전에 기형아 낳게 되면 어쩌나 걱정할 만큼 

환경, 건강 문제에 신경을 썼었던가.

그저 젊음이 즐겁고, 나이가 차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했고 

아이를 갖게 되면 마냥 행복했었는데...

그렇게 요즘 젊은이들보다 영리하지 못하고 삶에 대해 계산적이지 못했어도 

그 시절의 환경과 건강에 대해서는 전혀 염려하지 않았었다.

미세먼지 걱정도 없이 아침이면 앞마당에서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며,

펌프물을 퍼올려 그냥 마셔도 시원하고 깨끗했었다. 

공기니, 물이니, 흙이니 하는 자연은 그냥 누리면 되는 것이었지 그 오염을 걱정하지도 않았었다.

그것이 불과 4,50년 전 일 뿐이다.

약 반세기라는 시간이 길게도 짧게도 해석할 수 있는 기간이긴 하지만 

그때는 서울 하늘에서도 날이 맑은 밤이면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쉽게 손에 닿는 넘쳐나는 많은 먹거리들도 환경문제와 떨어져 있지 않다.

언젠가 딸과 함께 브런치를 먹다가 소스가 너무 달아서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놓았던 적이 있다.

집 밖의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이 요리의 수고를 덜어줘서 편하기야 하지만 어디 집밥만큼 건강하던가.

예전과는 생활패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탓에 집밥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으니 

만들어진 음식 선택을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거기 더해 또 왜 그렇게 다이어트는 시시때때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건강검진 시스템은 또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

건강검진이라는 것이 내 몸의 어느 구석에 문제가 생겼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니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긁어 부스럼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건강 염려증 때문인지 딸은 여러 종류의 영양제들을 작은 식탁 한 구석에 가득 늘어놓고  

건강식품이나 영양제군과 절연한 지 오래인 엄마를 조금은 미개한 듯, 짜증 나는 듯 쳐다본다.

방송이나 SNS에서 이미 세뇌를 시킨 탓에 

영양제 과용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도 그저 잔소리 일 뿐이다.


딸이 친구들과 나눈 걱정이 엄마의 도움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 답답하다.

오래전부터 환경을 돌보고 살지 않은 우리 세대의 잘못이라고 해도 

그것이 개인의 일시적인 잘못으로 인한 문제가 아님에 답답함은 더해진다.

그저 우리 딸과 미래세대가 살아야 하는 세상이 좀 더 평안하고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이다.

밖의 음식이라야 떡볶이와 오징어튀김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환경문제와 건강은 얘기 주제도 아니었던 젊은 시절 친구들과의 시간.

다가올 미래는 그래도 희망적이었고, 내가 열심히만 노력하면 

삶은 그렇게 살아내기 힘든 것이 아닐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그 시절.

그 신선하고 맑은 바람에 가슴이 시원했던 옛 시절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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