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멈췄던 붓, 다시 춤을 추다

붓 끝에 담긴 나의 시간들

by 잉크 뭉치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종이 위에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순간순간이 나를 기쁘게 했다.


주변에서는 “그림을 잘 그린다”라는 칭찬이 자주 들려왔고, 자연스럽게 그림은 나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마다 스스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 시간만큼은 모든 것이 잠잠해지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몰입감에 빠져들곤 한다. 그렇게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어린 시절을 마지막으로 이미 끝난 이야기였다.



ㆍㆍㆍ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그림이 현실적으로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주위에선 "미술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려왔고, 남들이 그린 더 잘 완성된 작품을 보며 내가 그린 그림이 평범한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는 무력감도 들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주변의 시선 속에서 '과연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만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결국 현실적인 길을 택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림을 접고 대학 입시에 전념하게 되었다.



ㆍㆍㆍ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혼란은 계속됐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혹은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지 막연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글쓰기 과제를 하던 중 입시 준비 시절에 읽었던 "돈키호테"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에 허황하고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모험이, 이제는 다르게 다가왔다. 비웃음과 조롱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던 그의 용기는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도 그처럼 내 꿈을 위해 미쳐볼 수 있을까?"



ㆍㆍ



나는 현실의 벽 앞에서 주저하며, 단순한 이상으로만 여겼던 내 꿈을 스스로 비웃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아직 내 청춘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회의 기준에 얽매이기엔 20대 초반, 내게는 꿈을 좇을 용기가 남아 있다.


돈키호테가 그랬듯, 나도 꿈을 향한 마지막 춤을 춰보려 한다. 그 누구도 아스팔트 위에 꽃을 피우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척박한 아스팔트 위에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나도 그 위에 나만의 꽃을 피워보고 싶다.


그림을 그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그 시간이, 결국 나를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다.

2024.10.06







<이후, 이야기>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준비와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이 글은 마침 공모전을 준비하던 중, 그림을 그리다가 영감이 떠올라 쓰게 된 글 입니다.


이후 글쓰기 수업에서 산문 쓰기 과제를 통해 조금 더 보완하여 제출했던 글이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는 꿈을 꾸는 것이 사치라고 여겨질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꿈이 없는 것이 아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이루고 싶은 꿈을 가슴에 묻어두는 친구들이죠.


당장에 먹고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들어간 친구도 봤지요.


그런 모습 속에서 저는 제가 이렇게 꿈을 꾸며

나아갈 환경을 마련해준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그렇기에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저 또한

주어진 환경에서 더더욱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종의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각합니다.


꿈을 못 이루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고 말이죠.


중요한 것은 그 노력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깨닫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웹툰 관련해서 제 인생에 첫 공모전을 준비했습니다.


역시 그림을 다시 시작하니, 실력이 많이 죽어 있더라고요.


준비 기간은 짧고, 대학 과제는 있는데, 덤으로 알바까지 하니,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단순히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고 그 꿈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저는 저에게 진정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고 싶습니다.


공모전의 마감을 치는 순간마다 매번

노력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한 차례 내가 누구인지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혹은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ㅎㅎ





가끔은 인생이란 옷을 사 입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에게 어울리고, 맞는 그 한 벌의 옷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의식하지 않는 여러 행동의 절차를 거칩니다.


멀쩡히 걸려 있던 들을 러벌 헤집어 보기도 하고,


그렇게 고른 옷 사이즈가 맞는지 직접 입어 보기도 하고,


옷을 구매하기 전, 선택한 옷이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인지 지인들에게 시 한 번 어보기도 하죠.


가끔은 맞지 않고 불편한 옷도 억지로 입어보려 애를 씁니다.


그런 옷을 찾는 모습이 마치 꿈을 향해 몸부림치는 것과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론을 내리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하죠.


때로는 그 짧지만 길게 느껴졌던 과정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나에게 맞는 옷을 찾을 수 있는, 꿈을 향한 한 걸음에 더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나에게 맞는 옷을 사 입는 것처럼,

언젠가 저도 저에게 맞는 인생의 의미와 꿈을 찾았으면 하네요.


그리고 그 과 의미를 찾는 중 하나가,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니다.


아직 삶이 끝나기 전 까지는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삶의 끝이 정해지기 전까지

그 과정을 멋진 그림으로 그려봅시다.


2024.11.02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