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다시 꿈을 고른다

아픈 상태로도 계속 꿈을 말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후

by 하얀 오목눈이

우울이 조금 가라앉았다고 해서

세상이 곧장 밝아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불안은 남아 있었고,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먼저 조여 왔다.


그래서 한동안

꿈을 ‘멀리 두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줄어들 테니까.

욕심내지 않으면

다치지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꿈은 내가 외면할수록

더 조용히 따라왔다.


글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도

머릿속에서는 문장이 떠올랐고,

말하는 꿈을 잠시 접어두려 했던 순간에도

혼잣말처럼 대사를 연습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알았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성질이라는 걸.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기보다

꿈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를 몰아붙였다면,

이제는

나를 지키면서 꿈을 데리고 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픈 날엔

아픈 만큼만 꿈을 생각하고,

괜찮은 날엔

조금 더 용기를 내본다.


누군가에게는

느린 속도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도망치지 않고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


꿈은 여전히 무섭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무너뜨리는 존재는 아니다.


이제의 꿈은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향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버킷리스트를 이룰수록, 더 깊어졌던 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