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지 않으려다 아무 데도 못 갔다

실패가 무서웠던 내가 한 발 내디뎠을 때

by 하얀 오목눈이

한동안 나는

넘어지지 않는 방법만 생각했다.


틀리지 않는 선택,

안전한 길,

상처받지 않을 거리.


그렇게 조심했는데

이상하게도

아무 데도 도착하지 못했다.


실패보다 더 무서웠던 것


실패가 무서웠던 게 아니다.

사실은

시도했다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무서웠다.


“괜히 해봤다”

“역시 안 되는구나”


그 말들을

내가 나에게 먼저 할까 봐

한 발을 떼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만 수백 번의 도전


도전은 늘

머릿속에서만 완벽했다.


계획은 멋졌고

미래의 나는 늘 빛났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출발선 앞에서

신발 끈만 다시 묶고 있었다.


작은 실패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러다 정말 사소한 실패 하나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기대도 안 했던 일에서

작게 거절당했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정도면 살아남을 수 있네.


넘어졌는데 끝이 아니었다


한 발을 내디뎠고

예상대로 넘어졌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아무도 나를 비웃지 않았고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세상은

그저 다음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패는 방향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그제야 알았다.

실패는 나를 멈추게 하는 벽이 아니라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라는 걸.


“여긴 아니야.”

“조금 옆으로 가봐.”


그 말 같았다.


지금도 여전히 넘어질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완벽하지 않고

자주 흔들린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넘어지지 않으려 서 있는 것보다

넘어지면서 가는 편이

훨씬 멀리 간다는 걸.


나는 더 이상

안전한 자리에서 꿈을 바라보지 않는다.

넘어질 각오로

그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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