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항상 관객석에서 시작된다

아직 박수를 치던 내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by 하얀 오목눈이

나는 오랫동안

관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용기를 보며 박수를 치고,

누군가의 성공에 감탄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대단하다.”

“나랑은 다른 사람이지.”


부러움은 언제나 안전한 자리에서 나온다


관객석은 편하다.

실수해도 아무도 보지 않고,

넘어져도 아프지 않다.

그래서 나는

부러움을 핑계 삼아

계속 그 자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박수를 오래 치고 나면

손보다 마음이 먼저 아파왔다.


나는 언제부터 무대를 꿈꿨을까


생각해보면

무대를 처음 떠올린 순간은

거창하지 않았다.


글 한 줄을 쓰고

“이 문장, 나쁘지 않은데?”

라고 혼잣말을 했던 밤,

그때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아직 박수도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내 이야기를 믿고 있었다.


무대는 용기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많은 사람이 말한다.

“용기가 생기면 시작하라”고.


하지만 나는 알게 됐다.

용기는 시작해서 생기는 것이지

기다린다고 생기지 않는다는 걸.


무대에 오르기로 선택한 순간,

비로소 나는

관객이 아닌 사람이 되었다.


조명이 켜지지 않아도 무대는 무대다


처음 서는 무대엔

조명도 없고

관객도 없다.


다만

떨리는 심장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공연이었다.


아직 연습 중인 지휘자처럼


완벽한 연주자는 아니지만

나는 지금도

내 삶의 박자를 맞추고 있다.


조금 느려도,

가끔 틀려도,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는 한

연주는 계속된다.


무대에 오르겠다고 결심한 날,

나는 더 이상

남의 인생에 박수만 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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